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1번째(총22개) 글입니다.

[출발 이틀 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가방을 꾸릴 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티베트로 떠나기 이틀 전 감기에 걸린 것이다. 몸이 약간 으슬으슬하고 코가 막히는게 오랜 지병아닌 지병, 또 비염이 왔구나 생각했다. 여행 직전에 이런저런 일들로 무지 바빴던 내가 시간을 쪼개어 병원을 찾은 건 정말 다행이었다. (사실 겁이 많은 나는 긴 여행이나 출장을 떠날 때면 17세부터 다녔던 이비인후과를 찾아 미리 약을 넉넉하게 처방 받는다.)

서른 둘의 아줌마인 나를 여전히 초등학생 손녀 다루듯 늘 다정한 할아버지 의사선생님 말씀이 이번에는 비염에 더불어 감기까지 왔단다. 조금만 아파도 늘 학교에 가지말고 하루를 푹 쉬라고 말씀하시는 의사선생님께 오늘은 밥도 하지 말고 어떤 일도 하지 말고 약 먹고 푹 쉬라는 처방을 내리셨다.

“선생님, 제가 고산지대로 열흘 넘게 여행을 가는데 괜찮을까요?”
“아니, 이 겨울에 또 어딜가는 거야? 승희씨. 지난 달에도 갔었잖아?”
“네, 이번 달에도 또 가네요. 약을 좀 넉넉하게 처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고산지대 어딜 가나? ”
“티베트요.”
선생님께서 먼저 깜짝 놀라신다.
“거기 겨울에는 엄청 추운데 아니야? 지난 여름에 내 친구가 티베트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갔다가 고산증으로 귀신도 보이고 숨도 안 쉬어져서 죽을 뻔 했다고 하던데.”
“저도 이번에 베이스 켐프까지 가야 하는데, 괜찮겠죠?”
“고산지대에서 감기는 정말 큰 일 난다. 폐수종이 올 수도 있어요. 내일도 꼭 병원에 나오고, 티베트에 가서 먹을 약은 내일 넉넉하게 처방해 줄께.”

[출발 하루 전]

이번에는 여행에 가져갈 짐을 풀어 헤쳐놓고 걱정이 앞섰다. 겨우 해발 2,300m에 시닝에서, 해발 2,800m에 달하는 라브렁스에서도 심하지는 않았지만 가슴 답답함과 밤에는 머리가 두두두 울려서 잠을 쉽게 들 수 없었다. 이런 허접한 몸이 한 겨울에 5,200m에 달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까지 무사히 다녀 올 수 있을까?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짐을 꾸렸다. 긴 여행과 남편의 잦은 출장으로 짐을 싸는 것에는 이미 이력이 난 터. 그래서 짐을 싸는 것은 제대로 사진을 찍어 둔 게 없다. 한 달에도 두 번씩 짐을 꾸려 댔으니.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상세히 기록 해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록 떠나는 마음이 조금은 게운치 않은 면도 있지만, 티베트는 워낙 오래전 부터 꿈을 꿔오던 여행지였으니. 이번에는 짐을 꾸리는 것부터 아주 정성스레 사진으로 기록했다.

1. 의식주의 첫 걸음 ‘옷’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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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쌀 때는 속옷은 속옷끼리. 양말은 양말끼리. 윗 옷은 윗 옷끼리, 바지는 바지끼리 정리를 해서 싸는 게 좋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위 사진과 같은 옷을 전문으로 싸는 가방이 있을 것이다. 전용 가방을 이용해서 짐을 꾸리면 옷을 꺼내 입을 때 훨씬 편리하다. 그리고 아무리 긴 여행이라고 해도 바지는 3벌, 윗 옷은 4벌 이상을 넘지 않게 싸는 게 좋다. 속옷 팬티의 경우에도 3~4개 정도가 적당하다. 특히 겨울에는 속옷을 빨아서 널어 놓으면 다음날 뽀송뽀송 하게 마르기도 하고, 방안의 습도를 맞춰 주는 1석 2조의 역할을 한다.

가장 넉넉하게 준비 할 것은 양말이다. 양말은 머무는 날짜에 맞춰서 갯수만큼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오래 걷다보면 양말이 젖기도 하고 빨아서 널었을 때, 잘 안마를 수 있다. 물론 티베트는 건조해서 아주 잘 마른다. 그래도 냄새나는 양말은 빨고 싶지 않은 날도 있으니, 여벌을 함께 준비하도록 한다.

2. 겨울 여행의 필수품 – 바람막이, 온도 조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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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티베트는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한국의 겨울 추위보다 덜 했다. 낮에는 마치 봄이 온 듯 오리털 파카가 더울 지경이었다. 가끔 점퍼를 벗어서 들고 다녔다. 때문에 모자를 착용한 경우는 적었다. 칭짱열차를 이틀 동안 타고 막 내렸을 때 머리를 감지 못해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갔을 때 너무 추워서. 티베트에서 다시 칭짱열차를 타고 북경에 도착한 날 역시 머리를 감지 못해서. 딱 세 번 뿐이었다. 그것도 추워서 모자를 쓴 경우는 딱 한 번 뿐이다.

하지만 장갑을 매우 유용했다. 아주 더러워질 때까지 열심히 끼고 다녔다. 아무래도 장갑을 끼면 손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 편리하다. 장갑은 겨울 여행에서 사진을 찍을 때 필수품이다.

3. 겨울 여행의 필수품 – 마스크 대용, 목도리 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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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기에는 아주 크다. 왜냐면 MR. 뚱이 애용하던 여행용품이다. 남편과 열흘 넘게 떨어져 있으면서 남편의 채취가 그리울 때 사용하려고 챙겼다. 요것도 아주 유용했다. 세수할 때는 머리띠 대용으로. 추울 때 바람이 불 때는 마스크 대용으로.

남편이 그리워서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미안하다 MR. 뚱, 사랑한다 MR.뚱.

4. 겨울 여행의 필수품 – 정말 요긴한 ‘다리에 하는 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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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날 마트에 갔다가 싸길래 하나 샀다. 그런데 이렇게 요긴하게 사용할 줄은 전혀 몰랐다. 내복을 입고 양말을 신고 다리 위에 저 토시를 하고 바지를 입으면 겉으로 보기에 전혀 티가 안 난다. 보온 효과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조금 과장해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서 저 토시 아니었으면 동사할 뻔 했다. 눈물나게 고마웠던 내 토시. 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겨울에 내복을 입고 토시를 하는지 뼈져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5. 세면도구 – 선크림, 마스크 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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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건조한 지역을 가다보니 수분이 많은 마스크 팩을 준비했다. 간단한 세면도구는 호텔 안에 모두 있지만, 칭짱열차를 타는 동안에 세면도구는 필수 준비물이다. 그리고 호텔에는 린스가 없으니 각자 취향에 맞춰 세면도구를 준비하면 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면도구는 치실. 덧니가 심한 나는 늘 칫솔질을 아주 세심하게 하는 편이다. 화장솜도 넉넉히 준비를 했다. 스킨과 로션은 쓰던 것을 각각용기에 담아서 준비하고 들고 다니기 편한 가방에 잘 챙겨 넣었다.

6. 세면도구 – 수건은 여행전문 수건으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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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수건은 물기 흡수가 빠른 게 장점이다. 특히 머리를 감고 말릴 때 그 효과를 극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젖어도 아주 잘 마른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7. 위생용품 – 물티슈, 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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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을 할 때 휴지는 현지에서 구입하지만, 풀티슈는 한국에서 꼭 사간다. 중국에서 파는 물티슈는 가격이 한국보다 많이 비싼편. 떠나기 전에 마트에 가면 특가로 나온 물티슈들이 많다. 아기용 물티슈가 피부에 자극도 덜하고 품질이 좋다. 그리고 장거리 여행 중에는 휴지보다는 물티슈가 활용도가 훨씬 높다. 더러운 탁자를 닦을 수도 있고, 손을 닦을 수 없는 곳에서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여성의 필수품 생리대도 한국에서 미리 구입해 간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 1년 동안 사용할 생리대를 한꺼번에 구입해 오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중국에서 사면 되지’ 하고 하나도 준비해 가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위스퍼라도 흡수력이 정말 달랐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갑작스레 필요하게 될 수도 있으니 흡수력을 떠나서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가는 게 편리하다.

8. 구급용품 – 비상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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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여행에서 혹시 필요할지 모를 구급약도 필수. 티베트 지역은 건조해서 눈에 관련된 안약을 많이 준비했다. 비염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보통 비염은 코와 기관지뿐만 아니라, 눈까지도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갑작스레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아무때나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안약도 모두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들. 인공눈물과 내게 맞는 알러지 반응에 필요한 안약으로.

그리고 가기전에 감기에 걸렸던 터라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들이 좀 많다. 의사선생님께서 고원에서 코감기약은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감기약에서 코감기약은 일부러 빼셨단다. 내용물은 액상 기침약과 내게 맞는 감기 처방약.

그리고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화제와 지사제, 반창코을 준비했다. 그리고 옆에 달린 긴 막대는 내 안경에 맞는 나사를 조이는 미니드라이버. 책에 나온 고산증에 효과가 있다는 다이아막스는 병원에서 처방해 주지 않았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다이아막스는 이뇨제로 고산증에 효과가 있다는 정확한 증명이 되지 않았다나? 그래서 북경에서 나중에 따로 홍경천을 구입했다.

9. 장거리 여행의 영원한 동반자 –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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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장거리 열차를 처음 타는 한국 사람들은 여러 번 놀랄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인들이 펼쳐놓은 다양한 먹거리들. 훈제 닭 한마리부터 시작해서 닭발만 끊임없이 뜯어대는 여자들까지. 앉아서 하염없이 해바라기씨를 먹어대는 중국인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랄 일은 ‘아, 중국에 이렇게 다양한 라면들이 있을 줄이야!’ 중국 열차여행의 필수품 라면은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나는 중국음식, 한국음식을 전혀 가리지 않는다. 한국사람이기에 한국 음식을 가장 좋아하지만, 15일 동안 김치 한 조각, 고추장 한 숟가락 없이도 중국음식을 중국 사람들처럼 먹어댄다. 하도 가리는 게 없어서 중국사람들이 내게 ‘너는 전생에 중국이었나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언제부터인지 이건 한국음식, 저건 중국음식이라는 구별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열차에서 라면만 주구장창 먹기는 싫었다. 라면은 한국라면이든 중국라면이든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리고 맛을 떠나서 중국에서 생산된 음식 자체에 다소 불신이 생긴 터라, 정말 중국에서 구입해야 할 과일과 음료수, 그리고 부피가 나가는 라면을 제외하고 간식거리와 주식거리를 한국에서 대부분 미리 준비했다.

저 위 먹거리 중에서는 즉석 북어국만 빼고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20원짜리 도시락을 먹을 때 함께 먹으면 간단한 도시락이 일품정식이 된다.

10. 장거리 여행의 영원한 동반자 – 주전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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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라싸까지 47시간. 장장 이틀에 달하는 시간을 기차 안에서 있으려면 간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간식거리를 찾게 된다. 특히 요긴했던 간식거리는 육포. 달콤한 맛보다는 짭잘한 먹거리가 나는 더 땡겼다. 천하장사 소세지는 컵라면에 함께 넣어 먹어도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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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이 목이 아플때 카라멜 같이 빠는 먹거리를 먹는 게 좋다고 해서 약국에서 구입했다. 어린이 전용으로 나와서 무방부제라는 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가 먹은 건 2알 뿐. 기차 안에서 중국 어린이들 마음을 사로잡은 방귀대장 뿡뿡이 덕분에 예쁜 아이들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었다.

11. 여행의 나침반 – 여행정보 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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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으는 게 취미인 딴지여사. 여행에 어떤 책들을 함께 데리고 갈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중에서 고른 책은 단 3권. 칭짱열차를 처음 타는 내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자세히 안내해 줄 ‘칭짱철도 여행’. 그리고 론니플래닛을 가져갈까? 중국 100배 즐기기를 가져갈까? 수차례 고민하다가 중국 100배 즐기기로 결정. 론니와 100배 즐기기 모두 가지고 있는게 2006년 판이라서 칭장열차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큰 기대를 안 했다.

정말 기대를 안 하길 잘했다. 100배 즐기기 내용을 보고 현지에 가보니 잘못된 정보가 꽤나 많았다. 덕분에 같은 길을 몇 번이나 헤멨다. 또 덕분에 책 들고 길을 묻다가 중국 경찰과 친해지기도 했다.

티베트 정보에 대한 만족할 만한 책자는 지난 9월 북경에서 구입한 중국에서 발간한 책자. 현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음식점 소개까지 올해 발간한 책이라서 그런지 책 내용과 현지의 상황이 완전 일치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국인을 위한 책자라서 티베트 여행에서 필요한 통행증 발급, 허가서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가기전에 티베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차마고도’가 티베트인과 티베트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무거워서 가져가는 것은 포기!

12. 편리용품 – 선택은 자유! 준비하면 발이 편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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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기차 여행에서 또 하나의 필수품은 슬리퍼이다. 여름용 슬리퍼를 가져가기에는 발이 시려울 것 같아서, MR.뚱이 지난 출장에서 호텔에서 집어온 1회용 슬리퍼를 가져갔다. 기차 4인 1실 칸에는 위와 같은 슬리퍼가 준비되어 있다. 6인 1실을 타는 사람들은 각자 준비하면 된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것은 북경에서 라싸까지 갈 때 사용했다. 4인 1실을 사용하면서 슬리퍼가 준비된 것을 미쳐 발견하지 못해서 꺼내어 신었고, 라싸에서 북경으로 돌아오는 열차는 6인 1실을 타고 왔기 때문에 라싸에서 머물렀던 호텔에서 미리 가방에 하나 넣어 두었던 것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13. 가방 꾸리기 – 도착해서 사용할 것과 기차에서 사용할 것을 구별해서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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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기차 여행을 할 때 가방은 2개가 좋다. 딱딱한 하드 케이스에는 도착해서 사용할 물건들을 담는다. 주로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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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열차에서 사용할 세면도구, 먹거리, 휴지, 책, 필기구들은 배낭용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 여권과 현금을 넣어둘 복대를 따로 준비하면 좋다.

이제 배낭도 완벽하게 꾸렸으니, 출발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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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2번째(총22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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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행을 결정하고는 바로 항공 티켓부터 예약했다. 딱 한가지만 고려했다. ‘북경으로 가는 가장 싼 티켓을 찾아라!’ 그래서 결정한 게 동방항공이다. 12월 출발기준으로 유효기간은 15일짜리 가장 저렴한 티켓이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공항갈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MR. 뚱이 공항까지 바려다 준다는 걸 한사코 말렸지만,역시 같이 나오길 잘 했다. 숨죽인 듯 고요한 거리. 아직은 깨어 있는 사람보다 잠들어 있는 사람이 많은 시간. 아마도 혼자 길을 나섰다면 내 앞으로 지나가는 모든 외간 남자가 내 지갑을 노리는 도둑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수속을 했다. 함께 아침이라도 먹으면 좋으련만, MR.뚱은 출근시간에 쫓겨 바로 회사로 달려갔다. 탑승 시간까지 시간은 넉넉했지만 나도 서둘러 출국수속을 했다. 외항사를 이용하는 경우, 탑승구까지 이동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적기(KE, OZ)는 출국 수속 후 바로 탑승이 가능하지만, 외항사들(MU,CA,CZ,FM 등)은 모노레일을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또 모노레일에서 하차 후, 한참을 걸어야 탑승구가 나타나는 중국항공기들이 많다. 외항사를 이용할 때는 꼭 출발 2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하시길.

탑승구 앞에 앉았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려는 지 하늘이 붉게 물든다. 2008년 한국에서 보는 마지막 해오름. 이 티베트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서른셋. 2008년의 해가 아닌, 2009년의 새해를 보게되겠지? 여행을 떠날 생각에 사뭇 감상적이 된다. 20대에는 몰랐던,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은 30대에 들어서서 고작 2년이라는 시간동안 참으로 다양하게 겪었다. 저 떠오르는 해가 내뿜는 붉은 빛처럼 2009년에는 좀더 열정적으로 살아보리라. 안 좋았던 일들은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돌아오리라. 다짐했다.

1. 중국 북경 수도 국제공항 – 제2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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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2시간만에 북경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어째 좀 이상하다. 지난 9월에 청해성에 가기 위해 북경에 왔을 때와 공항의 풍경이 다르다. 나름 북경을 제 집 드나들 듯 자주 왔기에, 잠시 ‘좀 이상하네’ 생각하고 사람들을 따라 입국 수속장으로 이동했다.

입국 수속을 다 마치고 공항을 나와서야 생각이 났다. ‘아, 지금 내가 도착한 공항은 제 2청사구나. 지난 9월에 도착했던 공항은 신공항 터미널인 제 3청사이고.

여기서 잠깐!
북경 수도 국제공항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설명하겠다. (제3청사 사진은 집이 아닌, 다른 컴퓨터에 있는 관계로 첨부를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

북경 수도 국제공항은 제 1청사와 2청사, 그리고 제 3청사로 나뉜다. 제 1청사는 국내선을 이용하는 곳으로, 2청사인 국제선 청사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리고 규모가 가장 큰 제 3청사는 1,2청사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처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니다. 1,2청사와 3청사 사이를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약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했다.

제 3청사는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서 건립했다.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제 1,2청사를 합친 2배 규모로 우리 인천국제공항의 약 2배에 해당한다. 단일 항공 터미널로는 전세계에서 최대 규모다. 국내선, 국제선이 모두 출발, 도착하는 제 3청사는 이용자를 정말 지치게 한다.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인천공항처럼 비행기에서 내려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해야 입국수속장에 도착. 효도여행 온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제 3청사에서 국내선으로 갈아 타야 한다면? 길을 잃고 눈물을 펑펑 흘릴 판이다. 다행이라면 탑승구 앞까지 정확히 모셔다주는 전동카가 있다는 것? 하지만 요금이 엄청나다. 한 번 이용에 1인당 10원.

[참고]

  • 제2청사 도착 및 출발 항공: 대한항공(KE), 동방항공(MU), 남방항공(CZ)
  • 제3청사 도착 및 출발 항공: 아시아나(OZ), 중국국제항공(CA)

가끔 위 참고사항이 헷갈려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니, 북경 공항을 이용하는 분들은 꼭 기억하자.

2. 중국 북경 수도 국제공항 리무진 노선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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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출발하는 칭짱열차 T27의 출발시간은 9시 30분. 나 딴지여사가 북경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앞으로 기차 탑승까지 남은 10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한국에서 출발 전에 이미 결정했다. 감기에 걸린 상태로 티베트로 들어가는 게 걱정이 되서 남은 10시간은 푹 쉬고 가기로 말이다. 북경에서 개인적으로 집만큼 맘과 몸이 편안한 곳으로 갈 것이다. 이동을 위해서 공항리무진을 이용. 가격은 내가 리무진을 처음 이용했던 2002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16원.

3. 중국 북경 수도 국제공항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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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역 바로 맞은편에 내가 가려는 목적지가 있다 .

주목!
칭짱열차가 출발하는 역은 북경역이 아니라, 북경서역이다. 공항에서 직접 북경서역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가장 근접하게 가는 노선은 4번 노선이다. 4번 노선을 타고 종점 공주펀(公主坟)역에서 하차해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4. 리무진만 있냐고? 고속전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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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딴지여사는 계속 리무진 버스만 이용했던 이유로,공항에서 북경 시내로 이동하는데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리무진이라고 생각한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새롭게 등장한 교통수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고속전철. 공항에서 종점인 동직문까지 15분에서 20분이 소요된다. 역시 리무진버스보다 빠르다. 다만 내리는 역이 단 두 곳뿐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모두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어 편리하다. 요금은 25원

[고속전철의 노선도]
동직문(东直门 2, 13호선 지하철 연결) – 삼원교(三元桥, 10호선 지하철 연결) – 수도 공항 제3터미널(3号航站楼) – 수도 공항 제2터미널(2号航站楼) – 삼원교 – 동직문

5. 딴지여사의 목적지-북경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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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역 앞에 무슨 보물을 숨겨놓았는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우선 어렵게 칭짱열차를 끊어 놓고도 역이 헷갈려서 못 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북경역과 북경서역의 모습을 확실히 기억하자.

6. 헷갈리지 말자! 칭짱열차가 출발하는 북경서역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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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역보다 북경서역의 규모가 더 크다. 그래서 도착 및 출발열차도 북경서역이 훨씬 많다. 유동인구 역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엄청나다. 열차 역에는 무조건 출발시간 1시간 전에는 미리 도착해야 한다.

7. 북경역 맞은편 딴지여사의 목적지 – 성시청년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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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역으로 간 건 국제유스호스텔- 성시청년주점 때문이다. 북경은 여러 차례 관광을 했기에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감기환자가 아닌가? 티베트에 가려면 찬바람을 쐬고 돌아다녀서 자칫 감기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푹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리고 창짱열차를 탑승하기 전에 구입해야 하는 물품들을 구입하기에 이곳은 정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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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체크아웃 하는 프론트

중국어를 못 한다고 두려워 마라! 이곳의 직원들은 영어에 익숙하다. 웬만한 4성급 호텔 직원보다 민첩해서 수속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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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룸 타입은 6인 1실이다. 룸의 청결상태는 언제나 완벽하다. TV없고,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용이다. 6인 1실 가격은 6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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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화장실과 샤워실, 세면장 및 세탁실

8. 필요물품 구입 및 식사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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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호스텔 맞은 편에 있는 미식가. 이곳 미식가에는 맛이 좀 떨어지는 한식점, 1인 전문 샤브샤브, KFC 및 슈퍼마켓, 약국 그리고 국제전화가 가능한 화바(??)가 있다. 열차를 타기 전 필요한 것을 사고 식사를 모두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9. 먹거리 사기 – 초시(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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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먹거리를 많이 준비했다고 해도, 물과 음료는 중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장거리 열차를 탑승할 때는 과일도 조금 준비하는 게 좋다. 특히 고산지대에 가는 사람들은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10. 다양한 종류의 라면과 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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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초시(슈퍼)만큼 흥미진진한 곳이 또 있을까? 어쩜 이리도 먹거리가 다양한지. 아마 중국에서 대형마트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장거리 열차 탑승에 필수품은 라면이다. 무게는 얼마 안 나가지만 부피가 커서 중국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그중에서 내 입맛에 맞는 라면을 고르기란. 선택의 묘미가 있는 ‘중국에서 라면 고르기’

11. 딴지여사와 칭짱열차에 동행할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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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농심의 김치라면, 신라면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김치라면, 신라면 모두 중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편이라 당연히 이 초시에도 있을 줄 알았더니, 그 수많은 라면을 다 뒤져보아도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배낭여행 시 즐겨먹던 라면으로 구입했다. 왼쪽 파란색 라면은 해물맛 ? 개인적으로 개운한 맛이 맘에 든다. 중앙의 주황색라면 ? 아예 중국적인 게 어설픈 한국 맛을 내는 음식보다 먹을 만 하다. 오른쪽 빨간색라면 ? 액체 스프를 반쯤 덜 넣으면 한국의 라면 맛과 조금 흡사하다.

그리고 과일. 배와 바나나. 칼로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배가 달콤하고 수분도 많아서 맛이 좋았다. 음료수는 4개나 구입해서 티베트에 도착할 때 2개가 남아 있었고, 물은 약을 먹을 때만 마셨다. 열차에서 언제나 뜨거운 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준비해 간 믹스커피와 메밀차 티백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12. 고산반응에 효과가 있다는 홍경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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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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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권해준 고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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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도 유명한 홍경천

우리에게 고산제로 익히 알려진 다이아막스(Diamox). 한국에서 처방 받으려고 했지만, 지난번에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의사선생님 말씀이 고산에서 효능이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은 아니란다. 다이아막스는 이뇨제와 안압강하제로 많이 사용한단다.

또 다이아막스의 경우, 사람 체질에 따라 몸이 저리다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다. 그래서 예전에 사천성 캉딩에서 따오청과 야딩에 갈 때 복용해 본 홍경천을 중국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약값이 예전보다 많이 올랐나 보다 했더니 홍경천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약이 아주 많단다. 홍경천이 식물의 이름이라나. 북경에서 65,5원을 주고 구입했다. 티베트에서는 16원짜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회사는 달랐고 하루에 복용하는 횟수도 달랐다.

13. 진짜 필요한 곳에 전화를 거는 전화방(화바, 话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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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경에서도 칭짱열차를 탈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열차를 타러 가기 전에 MR.뚱에게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려고 전화방을 찾았다. 지금은 중국과 환율을 비교했을 때 전화방을 이용하는 게 로밍 전화보다 많이 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초시(슈퍼마켓) 옆 전화방에서 아줌마의 지시대로 17909(이건 인터넷으로 거는 전화인가)를 먼저 누르고 국제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북경이야. 이제 준비할 것 다 샀어. 저녁 먹고 칭짱열차 타러 북경서역에 가면 돼.”

중국 열차여행의 하이라이트 칭짱열차. 장장 47시간의 기차여행. 열차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47시간 동안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덧붙이는 말]
“이 아줌마 언제쯤 티베트를 보여줄 거야?” 진행 속도가 좀 늦어서 그렇지, 전부 보여드립니다.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시간만 빼고 미친 여자처럼 온 정신을 집중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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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3번째(총22개) 글입니다.

비행기 티켓

오래전부터 바라고 바라던 여행이었다. 영화로도 책으로도 보지는 않았지만 ‘티베트에서의 7년’라는 제목은 내 머릿속에 언제나 티베트를 ‘동경의 땅’,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게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결혼한 지 7년이 되는 해에 꼭 남편과 함께 티베트로 여행을 떠나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결혼을 했고,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들처럼 결혼한 지 만 2년이 되던 해에 1년을 목표로 긴 중국배낭여행을 떠났다. 1년이라는 시간. 우리부부에게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정말 중국의 수많은 지역을 갔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기나긴 중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뭔가 게운치 않은 느낌이 남았다. 그건 바로 티베트 때문이었다. 비자연장을 위해서 기한내에 홍콩으로 가야만 했던 촉박한 시간과 때마침 중국인들에게 가장 긴 휴가인 국경절과의 겹침. 그리고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게도 딴지여사는 시닝에서 미약한 고산증으로 가슴 답답함과 두통을 계속해서 호소했다. 7,8월 뙤악볕에 두 달간의 기나긴 실크로드 대장정으로 우리부부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MR. 뚱은 이미 2000년에 티베트를 한 번 다녀온 경험이 있고, 나 딴지여사는 여행 중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체력저하와 더불어 아무리 멋진 것을 보아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여행도 지나치면 일상이 되어버린 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심한 고산증으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갖은 욕설과 오줌까지 지릴 수 있다는 티베트로의 여행을 시닝에서 포기하더라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마음이었다.

‘언젠가 더 멋진 기회가 있겠지. 하나쯤 미련과 여지를 남겨 놓아야 우리의 긴 여행도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후 우리는 무사히 기획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중국인을 만날 때면 언제나 득의양양하게 우리부부만의 대단한 프로젝트 달성 – ‘중국배낭여행 1년’을 자랑했다. 그럴때면 중국인들조차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봐 주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순간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언제나 길지 않은 꼬랑지를 내리게 한다.

“티베트는 어땠어요?”
깨갱….
늘 중국인들은 우리에게 티베트에 대한 느낌부터 물었다.

그럴때면 나는 속으로는 별의별 생각과 핑계를 댄다. ‘나는 왜 티베트를 안 가봤을까?’ ‘티베트가 원래는 중국땅이 아니잖아’ 부터 ‘티베트보다 더 티베트 다운 사천성의 옛 동티베트 지역은 다녀왔지’ 등등.

아무튼.
지난 11월 출장을 끝으로 2008년도에는 더이상 중국에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티베트라니.

하지만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하필 가장 추운 12월에 동토의 땅 티베트를 가라니…. 게다가 심각한 불경기로,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이리저리 복잡한 내 심정을 주체하기도 어려운 이때. 티베트 여행은 내게 남편과 진하고도 진지한 사랑을 속삭일 동경의 여행지인데…

결혼해서 처음으로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냉정한 인간… 이 겨울에 나 혼자 티베트로 보내다니… 북경에서 시작하는 긴긴 칭짱열차도 나 혼자 타라니…

티베트로 떠나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연말의 뒤숭숭함. 해결되지 못한 일들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리에게 닥친 어려운 일들.

그곳에서 조금이나마 내 마음을 추스르길 기대하며
내 영혼이 조금이나마 위안받는 시간이 되길 기도하며
나 홀로 티베트로 떠나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덧붙이는 말]
갑작스레 티베트에 다녀오라는 MR. 뚱에게 하는 넋두리였습니다. 다녀온 느낌은 한마디로 ‘감동’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겨울, 겨울도 봄처럼 따뜻한 티베트, 순례자들이 찾는 이 계절에 딱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티베트 여행기 만큼은 아주 자세하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보를 가지고 바로 자유여행을 떠날 수 있게! 앞으로 많이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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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4번째(총22개) 글입니다.

티베트에 간다면 여름만은 꼭 피하고 싶었다. 이미 티베트가 예전의 티베트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지만,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여름에는 절대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마음 속 동경의 성지가 북적되는 관광지로 변해버린 꼴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인파에 몸살을 앓고 있을 포탈라궁을 상상하는 건 정말 유쾌하지 않으니까.

몇 년에 걸친, 혹은 수 개월에 걸친 오체투지로 라싸에 도착하는 티베트인들이 가장 처음 찾는 다는 조캉사원. 그들을 단지 ‘한 가지 특별한 볼거리’로 치부하여 셔터를 마구 눌러대는 계절에 라싸에 가지는 않으리라. 좀더 성스러운 계절. 그런 계절이 있다면 꼭 그 시기에 맞춰 가리라 결심했다.

그렇다고 겨울에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겨울철에 티베트에 가면 얼어죽는 줄 알았다. 겪어보지 못한 ‘라싸의 일교차’를 이미 책을 통해서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서, 내 몸 또한 스폰지처럼 그 사실을 곧바로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라싸에 간다면 이른 봄이나 늦은 가을에 가고 싶었다. 관광객은 적고 조금은 엄숙한 성지로 티베트를 만나고 싶었다.

어찌어찌 겨울에 가게 된 라싸. 많이 추울 줄 알았는데 전혀 춥지 않았다. 라싸에 머물면서 진심으로 ‘겨울에 오길 잘 했구나’ 생각을 했다. 한가로운 관광지와 사원을 나도 잠시 티베트인이 되어 성지(聖地)로 만날 수 있었다.

[겨울철 티베트 여행이 좋은 점]

  • 겨울은 농사를 마친 티베트인들이 각지에서 라싸로 모여드는 순례자의 계절! 오체투지 중인 티베트인들이 많이 만날 수 있다.
  • 여름철은 티베트 여행의 최대 성수기.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포탈라궁 관광을 못하고 티베트 여행을 마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 겨울철 라싸는 일교차가 매우 크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한낮의 체감온도는 봄날처럼 따스하다. 외부활동을 하는데 안성맞춤! 관광하는데 역시 안성맞춤!
  • 겨울철은 티베트 여행의 비수기로 많은 관광지들이 입장료의 50%를 할인.
  • 끈질기기로 유명한 관광지 부근의 구걸자들이 겨울철에는 현저히 줄어든다.

이렇게 ‘겨울철 티베트 여행 예찬’을 작성하고 나니, 무슨 돈 받고 여행상품 광고하는 것 같다. 물론 여행사에 근무한 적도 있지만, 지금 나는 그냥 조금 불량한 가정주부일 뿐이다. 그리고 자비로 티베트에 다녀온 느낌을 사실대로 이야기할 뿐이다. 위 사실은 양심에 근거하고 쓴 내용이니 믿어도 좋다.

누군가 이 겨울 티베트 여행을 계획했다면 꼭 준비할 것이 있다. 중국비자와 함께 티베트 입경 허가서 받기. 공식적인 루트(비행기, 열차, 버스)를 통해 티베트에 가려면 중국비자 외에 별도로 티베트 입경허가서가 있어야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의 입경허가서를 받지 않고도 문제없이 티베트에 들어가곤 한다.

1. 티베트 입경허가서 구경하기 – 왜 사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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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경허가서 사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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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경허가서 사본 2

입경허가서는 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베트 입경허가서는 공식적으로 티베트 여유국에서 발급한다. 허가서는 물론 공식적인 현지여행사를 통해서만 발급이 가능하다. 개인이 발급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까지는 없다. ‘입경허가서 사본 1′ 내용은 현지여행사명, 여행자가 머물 기간, 여행자가 티베트 내에서 방문할 여행지가 명시되어 있다.

‘입경허가서 사본 2′ 내용은 ‘중국 단체비자’ 내용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생년월일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예전에는 5명이상 되어야 티베트 허가증이 나왔지만, 지금은 단 1명이라도 신청하면 티베트 허가증을 내준다.

그런데, 왜 원본이 아니고 사본이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허가증은 티베트에서만 발급이 가능하다. 때문에 북경이나 상해, 광주 등에서 출발하는 칭짱열차를 이용해서 티베트에 오는 사람들에게 복사본 사용을 인정하는 것이다. 티베트에 도착해서 여행사에서 원본을 받으면 된다.

그럼 기차에서 이 사본을 검사했느냐?
나 딴지여사는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제발 검사를 해달라고 열차의 승무원에게 2번 보여주긴 했으나, 승무원은 도무지 전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 사정은 수시로 변한다. 지금은 겨울철로 검사가 조금 느슨했다. 성수기에는 외국인들에게 이 허가서를 받았는지 꼭 검사를 한다.

딴지여사의 절친한 오라버니 한 명이 이 허가증을 받지 않아서 북경-라싸 행 기차를 타고 가다가 거얼무에서 추방당한 적이 있다. 원인은 기차 안에서 친해진 중국인 중 한 명이 열차안 공안에게 신고를 했단다. 거얼무에서 다시 라싸행 기차표를 구입해서 열차를 다시 탔을 때는 중국인들과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4인 1실의 경우, 여행객 한 명 한 명의 신분증을 별도로 검사한다. 하지만 6인 1실이나 앉아서 가는 좌석칸에서는 신분증 검사를 따로 하지 않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중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별이 불가능하니까.

여행사를 통해 허가증을 받아서 갈 것인지, 허가증 없이 티베트를 갈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맡긴다. 다만 당신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열차티켓을 허가증 없이 팔려고 하는 중국여행사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2. 티베트 입경허가서 구경하기 – 원본은 어떻게 생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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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경허가서 원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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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경허가서 원본 2

라싸에 도착해서 받은 원본이다. 항공편을 이용해서 라싸로 입국하는 경우에는 이 원본은 필수다. 예를 들어, 성도에서 라싸행 국내선을 이용한다면 라싸의 여행사가 티베트 입경허가서를 받아서 성도의 여행사에 우편으로 보내준다. 이 원본 없이는 라싸행 비행기를 절대 탈 수가 없다. 공항에서 여권 및 티베트 입경허가서 원본을 철저하게 검사한다.

과연 이 원본을 티베트에 도착한 후에 사용한 적이 있느냐? 티베트에 들어가고 나면 이 허가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때부터는 티베트 입경허가서가 아닌 ‘여행 허가서’를 소지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3. 티베트 입경 허가서 말고 ‘여행증’이 또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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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허가증 겉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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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허가증 상세 내용

라싸에서만 머물 계획이라면 이 ‘여행 허가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시가체, 간체도 이 허가증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시가체와 간체도 별도의 허가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모두 별도의 허가증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티베트의 기원이 되는 지역 산남지역, 운남에서 출발한 차마고도로 통해 라싸로 들어오는 모든 지역에서 이 허가증이 필요하다. 물론 아리, 카일라스도 허가증이 필요하다.

운이 좋아서 이 허가증 없이 위에 언급한 지역을 통과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개인의 운이었을 뿐이다. 여행 허가증이 없다면 검문검색이 없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현실은 원하는 방향과 다르다. 수시로 있는 신분증 검문에서 외국인은 여권과 함께 이 허가증을 내밀어야 한다. 허가증이 없다면 바로 추방이다.

이제 티베트 입경허가서와 여행 허가서가 준비되었다. 동시대에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티베트. 문화차이가 큰 만큼 티베트에서는 꼭 해야 할 일들보다 절대 해서는 안될 주의사항이 많다는 것을 명심하자.

[티베트 여행 시 주의사항]

    사원에서

  • 쓰고 있는 모자와 선글라스는 잠시 벗어둔다.
  • 벽화, 경전, 불상, 법기(法器)를 만져서는 안 된다.
  • 불상을 손가락질로 가리키지 않는다.
  • 사원과 포탈라궁, 바코르 순례길을 거꾸로 돌지 않는다(시계 방향으로 돈다).
  • 포탈라궁 관람 시에는 액체(마시는 물도 금지), 라이터, 칼 소지를 금한다.
  • 사원 안에서는 사진 및 비디오 촬영 금지(별도의 촬영비가 있다).
    여행 중 일상에서

  • 고산반응은 자연스러운 현상.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먹는다.
  • 티베트 독립, 달라이 라마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다.
  • 거리에서 순찰 중인 중국 군인들 사진을 찍지 않는다.
  • 여행 허가증을 받지 않은 곳은 방문하지 않는다.
  • 일교차가 크므로 겹쳐 입을 수 있는 옷을 준비한다.
  • 건조한 날씨로 인해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 물을 많이 마신다.

제 아무리 우리가 티베트의 독립은 원한다고 한들, 여행객인 우리가 티베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3.14 티베트 독립시위 이후, 티베트의 경비는 더욱 삼엄 해졌다. 거리 곳곳에서 수많은 군인을 만난다. 티베트인이든 중국인이든 거리의 군인들을 전혀 게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거리의 분위기는 평화롭다.그저 군인은 변방을 지키고, 사람들은 보통의 일상을 지낼 뿐이다. 하지만 군인들은 사진촬영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군인을 찍지 않았는데도 카메라 후레쉬가 본인들을 향해 터진 것 같으면 곧바로 달려와서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

2007년 여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찾은 유럽인이 티베트 가이드를 회유하여 ‘티베트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은 일이 있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는 네팔과 국경이 맞닿은 변경지대. 군인들이 달려와 유럽인을 잡아갔다. 유럽인은 당장 고국으로 추방당하는 일을 겪었다. 사진을 찍어준 티베트 가이드는 더이상 티베트에서 가이드를 할 수 없었다. 가이드 영구 재명.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이 유럽인을 손님으로 맞은 여행사. 이 여행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주의사항은 지키지 않아서 큰 낭패를 보낸 경우는 드물다. 군인 사진을 찍다 들키면 지우면 그만이다. 사원에서 시계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으면, 친절한 티베트인들이 어깨를 두드려 잘못 돌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티베트에서 절대 해서는 안될 것들이 있다. 금기 사항을 지키지 않다가 티베트인들에게 거리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단순 주의사항이 아닌, 티베트에서 절대 금기사항]

  • 살생을 금한다 – 특히 독수리와 개, 뱀과 개구리
    천장의 전통이 있는 티베트인들은 시체를 말끔히 먹어주는 독수리를 특별히 여긴다. 독수리 사진을 찍으려고 독수리를 잡다가 티베트인들에게 들켜 몰매를 맞은 경우도 있다. 개는 윤회사상을 통해 인간도 짐승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티베트인들은 개를 가족처럼 여긴다. 티베트인들은 뱀과 개구리를 용의 상징 또는 용의 화신이라고 믿는다.
  • 쌓아놓은 마니석을 건드리거나 아름답다고 마음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티베트인들은 쌓아놓은 마니석을 함부로 건드리면 신령이 노해서 악의 보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 사원 주위에 있는 나무를 자르거나 신산(神山)에서 사냥 또는 약초를 캐는 것을 금한다.
  • 티베트의 글자 또는 경문(經文)이 적힌 종이를 아무렇게 버리거나, 아무리 급하더라도 휴지 대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독수리 잡은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란다. 한국인 사진촬영가가 다만 독수리 사진을 좀더 잘 찍고 싶은 욕심에 독수리를 진짜로 잡았단다. (나도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다.) 그 장면을 목격한 티베트인들이 빙~둘러싸서 엄청나게 죽도록 맞았다는…

당부사항은 여기서 마무리. 백문이불여일견. 티베트에서 너무나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을 이름과 의미를 미리미리 알아보자. 어떤 의미인지 알고 보면 여행이 더 재미난다.

4. 티베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 – 타르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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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쵸는 경전을 적은 오색 깃발이다. 타르쵸의 오색은 우주의 5원소를 가리키는데, 파란색은 하늘, 노란색은 땅, 빨간색은 불, 흰색은 구름, 초록색을 바다를 가리킨다고 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타르쵸가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를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는 시적인 표현을 한다.

타르쵸와 혼용되어 쓰이는 말로 ‘롱다’가 있다. 롱다는 깃대를 꽂아 매단 오색 깃발을 가리킨다. 역시 티베트어로 ‘바람의 말’이라는 의미. 타르쵸가 날리는 언덕에서 티베트인들은 경전의 문구가 적힌 오색 종이조각(이 또한 롱다라고 부른다)를 뿌리면서 소망을 기원하기도 한다.

5. 티베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 – 마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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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는 마니차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는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도 마니차 안에는 불경이 적혀 있다. 오래전에 너무 궁금해서 MR.뚱과 함께 미니 마니차를 해부해 본 경험이 있다. 작은 마니차라서 불경이 적힌 종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휴지처럼 돌돌 말려 있었다.

6. 티베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 – 마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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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티베트에서 자주 만나는 개 – 너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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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개로 태어난 너는 행운일지 모른다는 생각. 티베트에서 보내는 동안 종종 드는 생각이었다. 비록 맛난 개껌, 개사료, 개전용 소세지는 못 먹고 살지 몰라도, 너는 많은 사랑을 받고 사니까. 마치 한 가족처럼 말이지. 티베트에서는 지나가는 개 한 마리 조차도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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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5번째(총22개) 글입니다.

열차에서 첫날 밤, 정말 깊은 잠이 들었다. 지난 밤 10시 30분 쯤 자리에 누웠는데, 실눈을 뜨고 시계를 쳐다보니 이튿날 아침 8시50분이었다. 서안에 도착했다는 열차내 방송이 아니었다면 잠시 실눈조차도 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쥐 죽은 듯이 잠을 잘 수가 있지? 집에서보다 더 편안하게 말이다.

그래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우두커니 한참을 누워 있었다. 왜냐고? 일어나도 기차 안에서 특별하게 할 일이 없으니까.

본격적으로 칭짱철도를 달리기 시작할 시닝역까지는 아직도 9시간 넘게 더 달려야 했다. 칭짱열차를 타고 있지만 아직은 진정한 의미의 칭짱열차라고 할 수 없다. 다음 정차역인 란주에는 오후 3시가 넘어서 도착할 예정이고, 시닝에 도착예정시간은 오후 18시 30분 경이다. 배도 안 고팠고 창밖의 풍경은 밋밋했다. 서안을 지나면서 풍경은 온통 황토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황토고원 위 도시인 란주까지 지겹게 계속될 풍경이다. 이미 몇차례 열차로 달려봤던 구간이라 그런지, 금새 흥미를 잃어버리고 다시 누웠다.

그렇게 오후 3시 란주역에 도착했다. 같은 4인 1실을 사용했던 2명의 중국 아저씨들이 란주에서 내렸다. 란주에서 내리며 아저씨들은 여자 혼자하는 여행, 꼭 몸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내 얼굴이 상당히 동안인가 보다. 걱정을 불러 일으키는 얼굴. 란주에서도, 시닝역에서도 더이상 새로운 탑승자는 없었다. 다음역은 거얼무. 이튿날 새벽에나 도착할 것이다.

‘이제 4인 1실에 나 혼자다’라는 생각. 조금 쓸쓸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 왜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거야? 하지만 그 편안함도 잠시. 나는 또다시 깊은 잠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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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 기차가 큰 한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칭짱철도 여행’ 책에서 읽은 것처럼 열차가 거얼무에 도착하니, 각 열차칸마다 산소가 공급되는 소리였다. 지난 아침과는 달리 눈이 떠지자마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 창밖은 여전히 암흑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시이면서도 인구밀도는 가장 낮은 도시인 거얼무를 벗어나 고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북경에서 라싸까지는 4,064km. 북경역에서 거얼무까지 2,922km, 거얼무에서 라싸까지는 1,142km를 달리는 칭짱열차. 우리가 하늘길(天路)라 부르는 칭짱철도는 중국의 서부에 위치한 칭하이성(청해성)의 성도인 서녕에서부터 티베트의 성도인 라싸까지 연결되는 1,956km의 기찻길이다. 시닝에서 거얼무까지는 800여km에 달하는 구간은 지난 1984년에 이미 개통되었다. 2005년 10월 28일 거얼무에서 라싸까지, 세계 철도 역사에 최고 높이를 기록한 고원지대를 통과하는 1,142km의 철도길을 완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7월 1일 세상에 주목을 받으며 칭짱철도를 정식개통했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칭짱철도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통해 모든 걸 설명하고 있다. 이 길을 만드는 게 얼마나 험난 일이었는지. 얼마나 큰 위험이 따르는 구간이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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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을 보았다.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모습. 그리고 눈부시게 태양이 떠오르는 풍경도 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 속 여명까지. 이 열차에 탄 깨어있는 사람들이 함께 보고 있을 여명이 내게만 비치는 희망의 빛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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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물건들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여기는 평지에서 올라온 모든 것들이 크고 작은 몸살을 앓는다는 고원이다. 아침을 먹으려고 먹거리를 싸온 가방을 열었더니, 상품의 겉포장지가 모두 뻥 터지기 일보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었다. 과도로 살짝 구멍을 내주니, 좀 편안해 보인다.나도 아침을 먹고 북경에서 사온 홍경천을 두 알 꺼내 먹었다. 부디 내 부실한 몸이 고원에 잘 적응해가길. 라싸에 도착해서 힘들에 하지 않길 바랬다.

곳곳에 시멘트로 만든 모래 방지벽이 보였다. 칭짱철도 건설 당시에 만든 것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막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 여전히 제 몫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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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하나 없는 황무지, 황량함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건 아마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감할 것이다. 도무지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고원을 열차는 몇 시간씩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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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탄성을 자아낼 수 밖에 없는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말 중국 열차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칭짱열차라는 말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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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철로와 나란히 달리는 칭짱도로. 거얼무에서 라싸까지 철로가 연결되기 전까지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했던 도로이다. 이 도로를 통해 중국에서 생산되는 생필품도, 변방수호를 명목으로 군인도, 돈을 벌기 위해서, 새로운 생계수단을 찾기위한 이주자들도 라싸로 향했다. 지금도 여전히 도로를 따라 트럭과 승용차가 달리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라싸를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이 눈에 띄었다. 저들은 언제쯤 라싸에 도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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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에 간다면 너무 편한 길은 택하지 않으리라. 적어도 고유한 티베트 문화를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게 할 열차보다는, 티베트인들의 수유차 향기가 짙게 베어있는 버스를 타고 가리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편안하게 열차에 앉아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을 구경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비싼 4인 1실에서, 활동을 많이 하면 고산증을 느끼지는 않을까 벌벌떨며 바라보고 있다.

괜스레 미안해진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번에는 우두커니 서서 열차가 지나는 다리를 찍어본다. 동토의 땅에 놓인 길고 긴 다리. 가장 긴 다리는 그 길이가 자그마치 11km에 달한다고 한다. 터널과 다리 없이는 칭짱철도가 존재할 수 없었다. 칭짱열차는 550km에 달하는 영구동토지대를 통과한다. 영구동토지대의 노반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많은 다리와 터널이 필요했다.

칭짱철도는 ‘세계최고’라는 기록을 9개나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고원철도, 세계에서 가장 긴 고원철도, 세계에서 영구동토구간이 가장 긴 고원철도, 세계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기차역, 세계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동토터널, 세계에서 가장 긴 고원동토터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도기지. 세계에서 가장 긴 고원 동토철교, 고원철도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속. 규모면에서는 늘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중국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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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열차 안에서 보는 구름만큼 예쁜 구름이 또 있을까? 손을 뻗으면 땋을 것만 같은 높이에 구름이 있다.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 솜사탕만큼이나 부드러워 보인다. 구름도 솜사탕처럼 달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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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높은 지대에 들어섰다는 걸 조금씩 실감하는 것 같다. 주기적으로 활동량을 줄이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나도 가만히 침대에 누웠다.

어머나 세상에. 열차가 정말 하늘을 날고 있다. 누워서 창밖을 보니 땅이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열차가 다리 위 철로를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열차가 하늘을 날고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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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열차는 멋있는 풍경지대를 지날 때마다 방송을 한다. 이곳은 어디어디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어쩌고저쩌고. 중국어 설명이 끝나면 뒤이어 영어 설명이 계속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티베트어 설명은 없다. 다만 열차가 커커시리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티베트어가 등장했을 뿐이다. 그것도 경치 설명이 아니라 열차 내에서 담배를 피지 말라는 방송뿐이다. 게다가 순서도 중국어 다음도 아닌, 중국어가 끝나고 영어 방송이 끝나고 난 맨 마지막에 티베트어가 나온다.

열차는 이미 세계 철도역 중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해발 5,068m의 탕구라역을 지났다. 이제는 칭하이성이 아닌 티베트의 땅을 달리고 있다. 세계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안둬도 이미 벗어났다. 열차는 70km를 더 달려 칭짱철도 노선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춰나후를 지나고 있다.

책에서 바닥까지 훤히 드러나는 투명하고 깨끗한 호수로 봤는데, 직접 본 호수는 꽁꽁 얼었다. 정말 동토의 땅이라는 걸 실감한다. 15분을 달려도 끝나지 않은 호수가 저 멀리까지 얼어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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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라싸까지는 100km가 채 남지 않았다. 방송에서 양빠징을 소개한다. 양빠징은 일년 내내 섭씨 47도를 유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열대이다. 양빠징의 지열대는 티베트 여행에, 특히 차마고도를 달리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곳이다. 바로 티베트의 스위스풍경으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겨울에 보니, 스위스 풍경은 아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지열대로 양빠징을 기억했는데, 겨울에 열차에서 보는 양빠징은 물이 얼어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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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출발하는 칭짱열차는 단 6개의 역에서만 정차를 한다. 석가장, 서안, 란주, 거얼무, 나취, 그리고 종착역인 라싸. 거얼무역을 지나 다음 정차역 나취역까지는 꼬박 9시간을 쉬지 않고 달린다. 매년 8월이면 말달리기 축제가 열리는 나취에도 구경올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꼭 축제기간에 맞춰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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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풍경이 아무리 멋있어도 사람 향기만큼 더 좋은 게 어딨으랴. 황량한 고원을 달리다가 드문드문 나타나는 트베트인들의 인가가 무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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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쵸가 휘날리는 집앞. 목가적인 풍경.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얼어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 내리는 것 같다. 여행은 자꾸 사람을 감상적으로 변화시킨다. 아니, 감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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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뚱과 여행을 함께 할 때는 사진을 찍는 건 귀찮은 숙제였다. 언제나 입으로 떠들기를 좋아하고, 손으로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특히 더 사진찍기는 여행에서 걸리적 거리는 작업이었다. 때문에 1년을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내가 직접 사진기 셔터를 누른 건 100번도 안된다. 그래서 여행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 딴지여사를 찍은 사진은 수도 없이 많은데, MR.뚱을 찍은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혼자서 출장과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는 게 흥미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출장에서 찍은 사진들은 너무 형편이 없어서 MR.뚱의 구박을 받았지만, 이제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다나? 그래 나도 언젠가 예술사진 찍는 날이 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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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기차안에서 찍은 첫 번째 예술사진. 노인과 세 마리의 말이 주인공이다. 예술 사진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찍을 때는 말이 세 마리라는 걸 몰랐다. 돌아와서 MR.뚱에게 자랑하면서 알게 됐다.

“승희야, 두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같은데.”

아무렴. 두 마리면 어떻고 세 마리면 어떻냐. 어쨌든 나는 이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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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 풀을 뜯는 양떼. 저 멀리 보이는 고즈넉한 집 한채와 굽이굽이 흐르는 게울. 그리고 목가적 풍경의 한가로운 양떼. 사진이 어둡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사진 찍기에 있어서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오늘도 자뻑 공주는 내 사진에 취해서, 내 글에 취해서 티베트 꿈을 꿀 것이다. 요즘 매일 여행기를 정리하다보니 꿈 속에서도 초원과 티베르를 헤매고 다닌다. 아, 아마도 한동안은 이런 현상이 계속되겠지? 다음주에 티베트로 출장가는 MR. 뚱 가방에 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언제쯤 이 열병에서 헤어나려나?

[참조사항] 알아두면 칭짱열차 여행이 더 즐겁다!

칭짱열차에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중요하거나 멋진 풍경을 지나칠 때면 방송이 나온다. 중국어와 영어로 소개되는 방송은 집중을 하지 않으면 자세한 내용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여행전에, 그리고 열차 안에서 풍경을 방송내용과 함께 이해하며 바라보면 더 재미난 여행이 될 것이다. 책은 삼호미디어에서 출판한 “칭짱철도 여행”을 추천한다.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의 90%이상이 이 책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방송에서 나오는 지역의 도착시간을 일러둘테니, 시간을 참조해서 방송과 책, 창밖을 바쁘게 바라보시길 바란다.

제1일
21:30 베이징역 출발

제2일
08:50 시안(서안)역 도착
15:20 란주역 도착
18:30 시닝(서녕)역 도착

제3일
05:40 거얼무역 도착
06:40 옥주봉 통과(등산맨들의 천국)
09:45 커커시리 통과(중국 최대 자연보호구)
10:15 타타하 통과(양자강의 발원지)
10:25 탕구라 통과(설산)
13:15 안둬(안다) 통과(세계 최고 높이의 해발도시)
14:20 춰나호(취나호) 통과(에메랄드빛깔)
15:45 나취역 도착(매년 8월 말경주 축제)
16:00 창탕대초원 통과(티베트 최고의 고산목장)
16:50 탕구라산맥 통과
17:45 당슝 통과
18:30 양빠징 통과(세계 최고 높이의 지열도시)
20:00 라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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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6번째(총22개) 글입니다.

1. 북경서역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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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47시간의 대장정으로 나를 이끌 칭짱열차만 타면 된다. 9시 30분 기차를 타기 위해 북경역에서 북경서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친절한 택시기사 아저씨는 꼭 엄마처럼 나를 걱정해 준다. 여자 혼자 몸으로 그 먼곳, 그 추운 곳을 왜 하필 이 한 겨울에가냐고.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일본인 아줌마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지금 티베트에 가는 건 미친 짓일까?

북경서역에 도착해서 이번 여행에 기념이 될 ‘북경서역’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저 역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정말 칭짱열차를 타는 거지?’ 자, 이제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내 소지품들도 잘 챙기고. 열차표는 어디에 두었더라?’ 설령 이번 여행이 남들 눈에 미친 짓, 아니 조금 걱정스러운 짓이더라도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면 무슨 일이야 있으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가다듬고 길 건너편 북경서역으로 직행했다.

2. 인파로 북적이는 북경 서역으로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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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경 서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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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화물 엑스레이(X-Ray) 검색대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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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람도 엑스레이 검색대 통과

역으로 진입하는 것부터 문제다. 무슨 줄이 바깥에서부터 이렇게도 길게 늘어선 건지. 아직 음력설은 커녕 양력설도 열흘이 넘게 남았는데 말이다. 중국에서는 비행기를 탈 때보다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검사가 많다면 너무 엄살인가? 하지만 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바깥에서부터 줄을 서는 건 공항입구를 통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번거로운 건 사실이다. 특히나 북경서역이 그렇다. 중국에서도 유동인구와 열차탑승자가 가장 많은 역이 아니던가.

아주 작은 가방까지 X-RAY 검색대를 통과하는 건 무지 번거로운 일이다. 짐 검사뿐 아니라 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모두 X-RAY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중국에서 처음 열차를 타는 사람이라면, 역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장시간의 열차여행을 안전하게, 아무런 사고없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려면 이정도의 번거로움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내 자신의 안녕을 위해 감사해야지. 그건 내가 너무 오바하는 건가?

3. 탑승할 열차의 탑승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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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역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큰 전광판을 주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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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광판에서 목적지의 열차편수 확인 후, 해당 열차의 대합실(탑승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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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합실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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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합실 앞에서 해당 열차 편수를 다시 한 번 확인

무사히 역에 들어섰다면, 다음 단계다. 이제 역 한가운데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주시한다. 그리고 탑승할 열차의 티켓을 꺼내어 열차 편수를 확인한다. 내가 탈 열차는 T27 라싸행이다. 5번 탑승구(대기실)로 가면 되는 구나. 대형 전광판 아래에 각 대기실로 찾아가는 표시가 되어 있다. 5번 탑승구 표시를 따라 쭉 걸어갔다. 그리고 5번 대기실 앞에서 열차 티켓과 열차 편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4. 탑승구(대기실)에 들어가기 위한 열차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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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기실 앞에서 표 한 번 검사(중국 열차 탑승 시, 열차표를 3~4번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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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표 검사를 마치면 목적지에 해당하는 열차 탑승 대기줄에 차례대로 줄을 선다.
(열차는 첫 출발역에서 출발 시간 30분 전에 탑승 시작)

탑승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열차표를 검사한다.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어디 한구석에 앉을 자리도, 마땅히 서서 기다릴 만한 여유공간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기를 나눠 마시며 숨을 쉬고 있다는 걸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가만, 내 열차표는 비행기표만큼 비싸다는 루완워(4인1실, 부드러운 침대)가 아닌가?

중국 열차에서 루완워(4인 1실)란?

비행기로 치면 비즈니스 클라스를 이용하는 것과 동격이다. 기차역 안에 설치된 V.I.P 대기실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다가 다른 좌석을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먼저 탑승을 할 수 있다. 비행기도 비즈니스클라스 티켓 소유자가 먼저 탑승하는 것처럼 말이다. 혜택이 많은 루완워 티켓을 가지고 비행기로 치면 내가 이코노미클래스 대기실에 있을 수는 없지. 북경서역 V.I.P 대기실이 어디에 있더라?

하지만 V.I.P 대기실을 찾아 나서려다 그만뒀다. 탑승시간은 점점 가까워지고, 인파로 북적이는 기차역 안을 헤매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기차만 타면 되지 않는가? 조금 혜택을 누리겠다고 여러 개의 짐을 들고 힘들게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는. 그래 뭐로 가든 서울만 가자. 아니 티베트만 가자!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5. 정식적인 편법을 이용해 열차를 좀더 빨리 탑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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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합실에서 이 옷과 모자를 쓴 젊은 오빠를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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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젊은 오빠를 따라가면 이곳으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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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짐 하나에 5원. 짐을 옮겨준다는 의미보다 열차를 좀 더 일찍 탑승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갈색 츄리닝에 아이보리 모자를 쓴 오빠들이 소리를 지르고 다닌다. 주위 사람들에게 “저 사람이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예요?” 물었다. 아, 글쎄 저 사람을 따라가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기차에 탑승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여행 출발 전 MR.뚱의 당부가 떠올랐다.

“승희야, 눈을 크게 뜨고 모든 사물과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도록 해. 사진 찍기 귀찮다고, 멋있게 잘 못 찍는다고 그냥 지나치치 말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익숙한 것들이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네가 익숙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모두가 익숙한 건 아니야. 아주 사소한 것들도 모두 사진으로 찍어와야 해.”

그래, MR.뚱이 이 한 겨울에 티베트로 나를 보내는 건 아주 큰 꿍꿍이가 있었다. 그리고 내게 아주 근엄하게 특명을 지시했다. ‘아주 자세히,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소소한 모든 걸 사진으로 남겨라!’

‘약속을 지켜야지. 언제 또 다시 이 열차를 탈 수 있을지 모르는데. 그리고 언제쯤 다시 이 북경서역에 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데. 저 오빠들을 이번에 안 따라가 보면 언제 또 기회가 있겠어? 암,새로운 것을 보았으면 자세히 관찰해야지. 그래, 결심했어. 저 오빠를 한 번 따라가 보자.’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 나는 이 말을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절실하게 느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더 또 한 번 이 기분 나쁜 현실을 실감했다. 이 오빠들은 내가 가진 짐 중에서 가장 큰 짐을 대신 옮겨주는 댓가로 5원을 받는다. 무거운 짐 때문라기보다 열차에 먼저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이것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이 오빠를 따라갔다가 막 따라서 뛰느라 사진촬영은 더이상 할 수 없었다. 오직 기차에 먼저 탑승을 시켜주기 위해서 이 오빠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달리고 또 달려준다.

(역에서 운영하는 정식 ‘Porter’ 서비스이다. 무허가가 아니니 믿고 따라가도 좋다. 단,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들만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

6. 실제 구입한 열차 티켓과 열차 내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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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뛰어서 열차에 탑승했다. 이미 열차는 모두 어떻게 들어왔는 지, 탑승 시작도 안 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내 침대칸을 찾아서 짐을 정리하고도 출발시간까지 시간까지 아직 넉넉했다. 열차의 외형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했는데, 아 뿔사. 밤에 사물이 잘 보이게 찍으려면 어떻게 카메라를 작동해야 하는 거지? 그냥 셔터를 누르니까 사진 전체가 새까맣다. 하나도 안 보였다.

그래도 크게 아쉽지는 않다. 뭐, 47시간 동안에 잠시 기차에서 내려서 외형을 찍을 시간이 있겠지. 그리고 없으면 라싸에서 북경에 오는 열차를 한 번 더 탑승하니까 그때 찍으면 되지 뭐.

슬슬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가 정말 티베트로 가는 구나. 정말 많이 다니기도 다닌 여행. 그런데 왜 티베트만큼은 이리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직 여행의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아무튼 정말 기대된다.

승무원이 열차티켓을 요구한다. 중국의 열차와 한국 열차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장거리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원래 구입한 종이티켓은 승무원이 일괄 수거를 해서 내릴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준다. 그리고 원래 열차티켓을 대신해서 이 열차에 탑승한 사람이 맞다는 증명으로 플라스틱 카드를 나눠준다.

자칫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알고보면 참 편리한 제도이다. 만약 새벽에 내려야 하는 사람이 깜빡 잠이 들어 목적지를 지나칠 염려가 없다. 승무원이 내려야 할 역 바로 전 역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워 플라스틱 티켓을 수거하고 다시 원래 티켓으로 바꿔준다. 그리고 친절한 승무원은 한 마디 덧붙이기도 한다. “이제 다음역에서 내려야 하니까 다시 주무시지 마세요!”

이제 열차 티켓도 바꿨겠다. 그럼, 어디 한 번 진짜 칭짱열차의 구석구석을 전격 해부해 볼까?

7. 4인 1실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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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1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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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1실 내부의 편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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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시간 동안 내 방이 되어준 6호 열차 3번 아래층 침대

북경에서 라싸까지는 4인 1실을 이용했다. 위에서 이미 말 한 것처럼 비행기로 치면 비즈니스 클래스. 호텔로 치면 별 5개를 주고 싶다. 중국여행을 하면서 기차를 많이 탑승했지만 루완워(4인1실, 부드러운 침대)를 이용한 건 딱 세번뿐이었다. 이번이 네 번째인데, 그동안의 루완워보다 더 안락하도 내 집처럼 편안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자면, 첫 번째는 장거리 여정이기 때문이다. 47시간 동안 기차를 내 집처럼 지내야 하는데, 우선 침대가 넓다보니 몸이 편안하다. 아마 짧은 거리였다면 이 좌석의 효율성을 절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룻밤을 좀 불편하게 자는 것과 이틀 연속 불편하게 자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두 번째는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것. 우리가 6인 1실이라고 표현하는 잉워(딱딱한 침대)는 6명만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해서 별도의 문이 달린 게 아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음료수 파는 아저씨의 목소리 등 일제 소등(밤10시~10시30분 사이)을 하고 잠들기 전까지는 늘 북적댄다. 하지만 4인 1실에는 문이 달려 있어서 외부의 소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세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넓은 침대가 좋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고도가 높아지는 거얼무에서부터 공급되는 산소다. 6인 1실, 좌석칸에도 산소가 공급되지만 정원이 배로 많다보니 4인 1실만큼 숨쉬기가 쾌적한 환경은 아니다. 역시 6인 1실보다 400원(8만원)이 비싸고 게다가 수수료까지 합치면 550원(11만원)이 넘게 차이나는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8. 4인 1실 내부의 편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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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얼무에서부터 비행기 시스템과 동일한 산소공급.
고산증을 느끼는 사람은 호스를 이곳에 끼워 직접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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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1실에 설치된 1인 1시청 가능한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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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전등과 전기제품 사용이 가능한 콘센트

중국의 열차 중에서 오직 칭짱열차에만 있는 게 있다. 바로 산소가 공급되는 제네레이터가 주인공이다. 이건 4인 1실, 6인 1실, 좌석 칸 모두에 설치되어 있어서 고도가 높은 거얼무에서부터 ‘푸우’하는 소리와 함께 작동된다.

9. 6인 1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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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6인 1실이 불편한 건 아니다. 항공의 이코노미클래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호텔로 치면 정 3성급 정도. 한 마디로 부담없이 지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6인 1실이라고 부르는 잉워(딱딱한 침대)칸은 3층 침대가 2개 마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피곤하면 누워서 잘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리고 잉워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아주 커다란 창문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 4인 1실에서 창문을 통해 보는 것보다 6인 1실에서 칭짱열차의 하일라이트 구간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게 장점이 있다.

10) 4인 1실 복도 VS 6인 1실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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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4인 1실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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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한 6인 1실 복도

6인 1실이든 4인 1실이든 침대의 맨 아래칸이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1층 침대칸은 위 침대사이와 높이 차이가 커서 누워있기 싫으면 앉아 있을 수 있다. 4인 1실 역시 1층보다는 다소 불편하지만 2층에도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6인 1실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2층과 3층의 침대에서는 오직 누워만 있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4인 1실과 6인 1실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곳이 있다. 바로 복도이다. 4인 1실의 경우에는 복도에 의자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도에 앉아 있는 사람이 드물다. 6인 1실의 경우에는 복도가 늘 사라들도 북적인다. 침대 2층 칸과 3층 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낮에는 복도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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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앉아 있을 때 아주 번거롭게 하는 놈이 있다. 바로 하루 3번 밥을 실은 미니수레가 오갈 때와 수시로 오가는 음료수와 과자파는 수레다. 저 수레가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6인 1실 창문 옆 복도에 앉은 사람들은 계속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귀찮은 내색을 안 한다.

11. 좌석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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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서민들, 그중에서도 정말 서민들을 만나고 싶으면 장거리 열차의 잉쭤(딱딱한 의자)를 타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장거리를 잉쭤로 가는 건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여행의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특히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정말 한 번도 못 앉아보고 6~8시간을 갈 수수도 있다. 좌석 밑으로 들어가서 자는 사람. 화장실을 제 집 안 방인 듯 점유해 버린 사람. 열차와 열차가 연결되는 부분에 신문지를 깔고 누운 사람 등. 가끔은 사는 게 고행이라는 생각, 그놈의 돈이 뭔지 하는 푸념을 하게 하는 곳이 바로 잉쭤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이곳에도 여행의 즐거움, 고향으로 돌아가는 즐거움이 묻어난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카드 놀이도 한다. 그리고 너무 오래 서서 가는 사람이 있으면, 잠시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인정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2. 7호차 식당 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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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칸(열차의 중앙 7호에 위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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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도를 위해 배려(칭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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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양주, 맥주를 판매하는 바

식당칸을 열차의 정 중앙. 7호차에 있다. 하루 세 번 도시락(20원)을 만들어서 수레에 싣고 다니면서 팔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식당칸 덕분이다. 음식의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으나, 강력하게 거부해서 찍지 못했다. 대신 메뉴판을 자세히 읽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요금이 생각보다 비쌌다. 볶음 요리의 가격은 보통 20원에서 40원 사이. 물론 조금 더 비싼 것도 있다. 사진에 보이는 버드와이저는 한 병에 10원이다.

13. 세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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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를 단정하게 가꿀 세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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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뜨거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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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버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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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세수할 때 뜨거운 물이 공급되느냐? 같은 칭짱열차라도 달랐다. 북경에서 라싸행 열차에서는 한 번도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라싸에서 북경행 칭짱열차를 탔을 때는 수도꼭지의 뜨거운 물이 라면을 끓여 먹어도 될 정도로 아주 뜨거웠다. 손가락 데는 줄 알았다.

14.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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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승무원이 계속해서 청소를 해서 깨끗하다.
초록색 벨을 살짝 누르면 오물이 물과 함께 바로 내려간다.
큰일(!)도 안심하고 편안하게 보면 된다.

15. 열차의 외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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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대로 된 열차의 외부 사진은 라싸에서 북경으로 오늘 열차의 모습이다. 북경에서 라싸행 기차를 탔을 때는 스토커처럼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니는 나를 승무원이 못 마땅하게 여겼다. 절대 자기를 찍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하지만 라싸에서 북경으로 오는 열차에서는 열차의 앞 뒤를 종종걸음으로 오가며 하나도 신기하지 않을 것들을 너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사진 찍는 나를 귀찮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번 찍어 줄까요” 열차 외부를 열심히 찍고 있는 내게, 열차 앞에서 기념 사진 한 번 찍어주겠다며 승무원이 대신 셔터를 눌러줬다.

16. 칭짱열차의 스토커 – 딴지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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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어명을 받들어 잠시 스토커가 되었던 딴지여사. 사실 열차 안에서 너무 심심했다. 4인 1실에서는 북경에서 함께 탄 점잖은 중국인 아저씨 2명이 란주에서 내린 후, 30시간 정도를 혼자 독차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하는 놀이에 좀 몰두했을 뿐이다.

[참조사항] 티베트 입경 허가증과 티베트 내 여행 허가증 발급

자유 배낭여행을 떠날 때 허가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여행사는 허가증만 대행을 해줄 것인가? 딱 잘라 말씀드리면 ‘허가증만 대행은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이 두 허가서의 총괄지역은 티베트에 있다. 티베트가 다른 중국 지역과 달리, 보다 강력하게 허가증을 요구하는 건 정치적 문제때문이다. 허가증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책임의 소지’를 좀더 쉽게 가려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즉, 여행객이 티베트에서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켰을 때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 ‘입경 허가증을 내준 티베트의 해당 여행사’이다.

지난 번에 이야기한 것(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서 유럽인 사건)과 같이 문제를 일으킨 유럽인은 본국 추방으로 끝났지만, 여행사는 이 사건 하나로 문을 닫아야 했다. 모든 여행객이 여행사에 이런 위험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얼마를 벌겠다고 흔쾌히 허가증만 수속해 주는 곳이 있을까?

그리고 티베트 칭짱열차 티켓의 경우, 역에서 바로 구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장거리를 달리는 열차는 대부분 상황이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서 시발점(출발역)에 종착역까지 가는 열차표의 경우, 대부분 여행사에서 먼저 구입이 예약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티베트 칭짱열차를 구입하려면 여행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여행사는 잉워(딱딱한 침대)의 경우, 인민폐 200원(조금씩 다를 수 있다), 루완워(부드러운 침대)는 400원을 수수료로 받는다.

그렇다면, 티베트 입경허가서 없이 티베트에 갈 수 없는가?

많은 여행객들이 입경 허가증을 받지 않고도 무사히 티베트로 들어간다. 지금도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비수기, 겨울에는 검사가 느슨해 진다. 기차를 타는 동안에도, 티베트 내에서도 ‘티베트 입경 허가증을 보여달라’는 검사를 요구받은 적이 없었다.

문제는 라싸, 시가체, 간체를 제외한 티베트의 다른 지역을 갈 때이다.

지난번에도 이야기 했던 것처럼, 티베트 입경 허가증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여행허가증이다. 이 또한 라싸와 시가체, 간체에서만 시간을 보낸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티베트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힘들게 아리까지 넘어온 일본인이 여행허가증이 없어서, 아리는 구경도 못하고 바로 라싸로 보내졌다고 했다. 큰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위 내용은 나 딴지여사 경험을 통해 기술한 내용이다. 티베트 현지의 상황은 항상 수시로 변한다. 티베트 입경 허가증과 여행허가증을 받을 것인지,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볼 것인지는 본인들의 판단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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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7번째(총22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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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여행책자 – ‘서장완전공략(西藏玩全功略)’에서 발췌한 라싸지도

호텔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컵라면 끓이기다. 지난밤 기차에서 내릴 때, 버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챙겨뒀던 라면이 아침에 요긴하게 쓰였다. 세 끼를 꼭꼭 챙겨먹는 성격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여행을 떠나면 꼬박꼬박 챙겨먹게 된다. 이게 바로 살고자 하는 본능인 것 같다. 낯선 타지에서 나를 챙겨줄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다는 생각.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오직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Mr. 뚱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혼자 떠나는 여행이 더 좋다.

라면을 먹으면서 한국에서 가져온 여행책자를 펼쳐 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라싸탐방’에 나서야 하는데 어디를 먼저 가는 게 좋을까? 방금 티베트인들을 따라 포탈라궁 순례길을 돌 때에는 ‘라싸에 왔다면, 뭐니뭐니해도 조캉사원을 가장 먼저 가봐야지.’생각했다. 이 겨울 저 먼 곳 청해성이나 사천성에서부터 티베트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왔을 티베트인들을 만나기에 조캉사원은 가장 좋은 장소였다. 조캉사원은 몇 년, 혹은 몇 개월에 걸쳐 라싸에 오는 순례자들의 마지막 종착지였다.

그런데 책에서 아주 ‘소중한 구절’을 발견했다. 라모체사원 부근에 ‘라싸에 사는 티베트인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장’이 있단다.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라모체사원과 많은 티베트인을 만날 수 있는 티베트인들의 시장을 첫 번째 목적지로 정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조캉사원으로 정했다. 라모체사원에서 조캉사원은 무지 가까운 거리. 1km도 채 안 되게 떨어져 있으니 조캉사원까지 천천히 걸어서 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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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있기 있는 야크빈관과 Dunya 카페. 라모체사원가는 길에 그 앞을 지난다

라모체사원으로 가는 길은 정말 흥미로웠다. 거리의 건물들이 모두 티베트의 전통건축양식을 따른 것도 신기했지만, 아침에 보았던 티베트인들이 이렇게 더 많을 줄이야. 라싸에 사는 인구가 15만 명쯤으로, 인구의 87%가 티베트인이라는 게 실감났다.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전통복장, 한 손에 든 마니차를 구경하느라 사진 찍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드디어 라모체사원을 가리키는 거리표지판이 보였다. 저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티베트인들, 그 중에서도 나와 같은 서민층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노천시장으로 접어든다. 왁자지껄한 시장의 분위기에 취해서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 끝자락쯤에 숨어있는 라모체사원도 나타날 것이다. 나는 그 길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가방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어 들었다.

찰칵.
“당신 지금 뭐 찍은 거예요? 지금 찍은 사진 한 번 봐요.”
“네? 저기 앞에 보이는 길 표지판을 찍었는데요?”
“아, 글쎄 어서 지금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줘요.”

정말이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내 카메라를 빼앗아 버리겠다는 군인의 기세에 눌려 나는 그만 기가 팍 죽었다. 티베트에서는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도 마음대로 찍으면 안 되는 건가? 도대체 저 군인이 왜 그러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나? 티베트 통행중 보여줄까? 여행허가서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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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인에게 사진검열 요구를 받았던 문제의 사진

아무튼 작품사진도 아닌 내 사진을 궁금해 하니, 오히려 내가 영광스러워 해야 하는 건가? 나는 방금 찍은 사진을 군인의 눈 앞에 바짝 갔다가 대줬다. 군인은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나에 대한 경계를 풀고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너그러운 표정까지 지어보이며 ‘앞으로도 군인이 들어간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명령아닌, 명령을 내렸다.

나도 그제서야 조금 전 상황이 이해가 갔다. 바로 내가 찍은 초록색 길안내 표지판 아래에는 보초를 서는 듯한 군인이 세 명있었다. 라싸에 오니 거리에서 자주 목격되는 게 군인이라서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거리를 오가는 티베트인들도 크게 의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저 ‘여기 티베트는 네팔, 인도 등 다른 나라와 국경이 인접한 곳이라서 군인들이 많은가 보다. 지난 3,14 티베트인들의 독립시위 때문에 군인들이 더 많아졌나 보다. 아니, 연말을 맞아 특별 훈련기간인가?’ 생각했다.

기분이 조금 상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가에 서 있으면서, 그리고 여기저기 많이도 서 있으면서,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 지모를 이 특별한 곳에서 사진을 마음대로 찍지 말라니. 물론 아예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게 아니고, 사진속에 군인들이 코딱지만한 배경으로라도 등장하지 않게 찍으라는 의미라는 건 나도 안다.

나도 군인한테 한 마디 해줄 걸 그랬나?
“나도 초록색인민해방군 군복을 입은 당신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요!”
이렇게 돌아서서 이제 와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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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인들이 즐겨찾는 시장 속으로

그런데 내가 아까 그 군인한테 너무 기가 죽었나? 티베트인들이 주로 모인다는 이 왁자지껄한 시장에서 내 손가락은 너무 움츠려 들었나 보다. 멋진 티베트인들을 주인공으로 인물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내가 찍은 사진들은 모두 티베트인들의 뒷모습뿐이었다. 이런. 사진 제목을 아예 ‘티베트인들의 넓은 등판과 다양한 등짝’으로 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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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인들이 즐겨 찾는 시장 속으로

용기를 내어 사람을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들. 그나마도 죄다 엉터리다. 사람이 모두 한쪽으로 쏠려있다. 이렇게 기가 약해서 어디 혼자서 여행을 하겠는가? 또 금새 마음이 바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자 떠나는 여행이 좋다고 했으면서 말이다.

여행에서 늘 용감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한비야 언니를 좋아하면서도, 정말 언니의 행동은 흉내내기가 어렵다. 다른 건 둘째치고, 사진을 찍는 것만 해도 그렇다. 용기를 내어 인물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드는 순간, ‘과연 저 사람이 내게 사진 찍히는 것을 원할까?’가 늘 머릿속을 괴롭힌다. 셔터를 누를까 말까를 망설이게 한다. 왠지 내가 저 사람이었다면, 사진 찍히기를 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인물 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되곤 한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게 내 성격인걸. 나는야 ‘소심 아씨’이다. 그래서 그냥 거리 사진만 주구장창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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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티베트 건축 양식을 잘 살려 새로 지은 건물들

하늘이 워낙 예뻐서 그런가? 햇살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티베트에서는 어떤 사진을 찍어도 전부 예술 사진이 된다. 멋들어지게 지은 티베트식 건축물.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도 멋들어진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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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범한 시장, 그래서 더 특별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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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찍은 인물사진, 역시 나는 등짝을 사랑했다.

지극히 평범한 시장이었다. 그 시장 골목길을 가득히 메운 티베트인들이 아니었다면, 나 어릴 적 엄마 손잡고 갔던 우리동네 시장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곳이었다. ‘식량이 없이 사흘을 견딜 수 있지만, 차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다는 티베트인들’. 그 목숨과도 같은 수유차를 끓일 때 사용하는 커다란 물주전자는 지금도 내가 집에서 보리차를 끓일 때 사용하는 물 주전자와 똑같았다. 발목을 감싸 무릎 밑까지 올라오는 화려한 문양의 부츠는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신는다는 어글리부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곳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일상 속에 잠시나마 들어와 봤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비록 잠시 스쳐 지나가는 구경꾼일지라도. 티베트인들의 일상을 처음으로, 가장 가까이서 마주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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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체사원 앞

이제 사원 앞이다. 문성공주가 가지고 온 석가모니상을 모시기 위해, 토번왕국의 송챈감포가 지은 라모체사원이다. 그래서 사원의 정문도 당나라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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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성 일월산에 세워진 문성공주상

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전. 7세기 초, 토번 왕국에 영웅이 탄생했다. 바로 티베트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한 손챈감포였다. 칭짱고원의 여러 부족들을 통일하여 새로운 왕국을 건설했다. 강력한 티베트 왕국, 토번 왕국이 건국된 것이다.

그리고 때는 서기 641년 정월. 장소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 시집을 가는 행렬이 있다. 행렬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각종 가구, 그릇과 패물, 비단과 기술서적까지, 다양한 혼수품도 그 뒤를 따랐다. 바로 당 태종의 양녀인 문성공주가 고향인 장안을 떠나 3,000km나 떨어진 토번 왕국으로 시집을 가는 길이다.

송첸감포는 칭하이 지역까지 마중을 나와서 문성공주를 맞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혼인은 정략적인 것이었다. 서기 640년. 손챈감포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손챈감포는 사신을 보내 당나라와 혼인을 추친했다. 하지만 당나라는 이를 거부했다. 손챈감포는 당나라 쓰촨 지역까지 공격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손챈감포는 이 전쟁에서 패배했다. 비록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당나라에게 있어서 손챈감포는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당 태종은 양녀였던 문성공주를 손챈감포에게 시집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토번왕국의 시작이다. 학교 다닐 때는 역사가 그렇게도 재미없고 싫더니, 여행을 다니면서 조금씩 다른 나라 역사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역사를 몰라도 풍경을 감상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명승고적을 여행하려면 또 역사적 지식만큼 중요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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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정문을 통과해 들어와서 사원 앞 정원에서 바라본 라모체사원

정문을 통과해 사원 앞 정원으로 들어섰는데 입장료를 요구하는 사람이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입장료를 받고 싶으면 누군가 다가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도 따라 오지 않았다.

‘아, 처음부터 이게 왠 횡재야? 티베트도 나를 환영하는 구나.’
또 오바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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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인들이 정성스레 켜놓은 수유버터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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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내에 설치된 마니차를 돌리며 도는 미니 코라(K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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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티베트인들을 따라서 코라 한 바퀴

라모체사원은 라싸에 지어진 사원 중에서 가장 중국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사원의 쓰임새가 문성공주가 당나라에서 가지고 온 석가모니 12세 불상을 모시기 위함이었으니, 티베트의 전통양식보다 당나라의 건축양식을 더 많이 따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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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

사원을 빠져나오니, 문 옆에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이 보였다. 사원이 작아서인지,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저들은 모두 오체투지라는 수행을 통해서 해탈과 극락왕생을 빌고 있을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무엇을 빌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온 몸을 던져서 하는 오체투지 장면은 언제나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한다.

라모체사원을 빠져 나오는 이순간, 단돈 50원 입장료 횡재에 이렇게 기분 좋아하는 내가 어찌 그들의 마음을 뼈 속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내 안에 든 모든 세속적 욕망을 부정하고 수행을 일상으로 사는 삶. 과연, 내가 티베트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저들의 마음을 10분의 1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라싸에서의 처음 맞은 아침,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곳에서 보내는 짧은 1분, 1초에도 작은 의미를 부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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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8번째(총22개) 글입니다.

47시간의 대장정. 북경에서 출발한 칭짱열차는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도착 예정시간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종착역 라싸에 멈춰 섰다. 저 역을 빠져 나가면 출구 앞에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이미 나와 있겠지? MR.뚱이 어떤 남편이던가? 이 엄동설한에, 이 먼곳까지 자신의 보물단지인 딴지여사를 그냥 보낼 사람이 아니다. 라싸역에 도착하면 나를 모시고(?) 갈 사람이 있다.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북경에서 라싸까지 마음과 뱃 속까지 편안하게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

역을 빠져 나간 사람들은 벌써 모두 홀연히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역 안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나왔을 뿐인데. 출구 앞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게 아닌가. 핸드폰으로 역 앞에 마중을 나오기로 한 사람에게 3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도대체 받지를 않았다. 기차역 광장 스피커에서는 우리나라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여느 중국의 도시와 다름없는 풍경. 그냥 호텔까지 나 혼자서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는데. 공연히

처음 온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찾게 만든 MR. 뚱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핸드폰을 걸었다 끊었다 하는 내가 이방인이라는 걸 알아 본 중국군인이 말을 걸어왔다.

“누가 마중나오기로 했어요?
“네, 아직 사람이 안 나왔어요.”
“여기는 마중나온 사람들이 역 앞까지 들어올 수 없어요. 앞으로 쭉 걸어가봐요. 택시 잡는 곳에 가면 마중나온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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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여사가 묵은 호텔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포탈라궁

택시타는 곳 앞으로 걸어가니, 나를 마중나온 사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 이름 석자를 예쁘게 프린트해서 들고 서 있었다. 라싸에서 첫날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샤워를 하지말라고 했지만, 이틀동안 제대로 씻지 못했는데 어떻게 샤워를 안 할 수 있을까? 구석구석 샤워를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잠이 안 왔을 것이다. 떡진 머리를 감고 나니 정말 날아갈 것처럼 시원했다.

눈을 감았다 뜨니 오전 8시 30분이다. 뭔놈의 잠 귀신이 붙었나? 이번 여행에서 나는 머리가 땅에 닿기만 하면 깊은 잠에 빠져 들곤 했다. 해발 3,6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이렇게 편하게 잔 걸 보면, 앞으로도 심한 고산증세를 느낄 것 같지 않다.

바깥 풍경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고산지대에 적응을 하려면 첫날은 무리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호텔 앞 포탈라궁이 궁금해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어젯밤 조명을 훤히 밝힌 포탈라궁을 처음 보았다. 택시 안에서 스치면서 본 풍경이지만 성스럽고 웅장한 모습에 입이 딱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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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을 따라 걷는 티베트인들

단단히 차려입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는 포탈라궁의 옆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포탈라궁 담벼락 아래로 줄을 지어 걸아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왠지 나도 그 인파 속으로 들어가야 동화되어야 할 것 같았다. 꼭 그래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걸음 속도에 나의 걸음 속도를 맞춘다. 그렇게 그들의 뒤를 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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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차를 돌리며 포탈라궁을 따라 걷는 여인

핸드폰의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자연의 시간으로 본다면 라싸는 좀더 이른 시각이다.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어스름이 짙게 깔려 있던 새벽녘이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자신의 신앙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열심히 마니차를 돌리며 걷는 여인, 염주를 하나씩 돌려가며 끊임없이 나즈막하게 육자진언을 외는 할아버지와 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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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훤하게 날이 밝은 시간이 아닌데도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하는 포탈라궁 주변

웅장하고 화려한 포탈라궁에 대한 경외심보다, 소박한 차림으로 소박한 기도를 할 것 같은 티베트인들에게 경외심이 우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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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처음 본 포탈라궁

잠시후 온전한 모습으로 포탈라궁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 환영(幻影)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두둥실 하늘 위로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고산증이 아니었다. 늘 사진에서만 보던 포탈라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는 감동과 이른 아침부터 포탈라궁을 에워싸고 순례를 하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이 겹쳐 순간적으로 든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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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물체의 겹침. 마치 환영(幻影)을 보는 듯한 느낌. 포탈라궁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이랬던 것 같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춰 섰다.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포탈라궁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벅찬 감동을 지금 이 순간, 누군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여보, 나야. 나 지금 포탈라궁 앞이야.”
“벌써 포탈라궁을 보러 간거야? 이렇게 일찍?”
“호텔 창문으로 보니까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포탈라궁을 따라서 걷잖아. 밖이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아! 여보, 티베트는 정말 감동이다. 감동이야.”
“그렇지? 사천성의 동티베트 지역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지?”
“응, 그럼. 나 정말 티베트 여왕이 되고 싶어.”
“뭐라고? 시집을 두 번 가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내가 무슨 문성공주라고 이 티베트에 시집을 온단 말인가?

“아니, 티베트 여행상품을 한국에서 제일 잘 파는 티베트 여왕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좋아?”
“응, 아무래도 집에 가기 싫을 것 같아. 한 달쯤 있었으면 좋겠어. 근데 티베트 여왕이 되려고 해도 이제 돌아가면 난 다시 백조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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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순례자들의 뒤를 따라 걷는다

나를 ‘돌아온 백조’로 만들어 준 MR.뚱과 전화를 끊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디서, 언제 끝나는 건지도 모른 채 순례자들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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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많아지는 순례자들

해가 곧 산 위로 밝게 떠오를 것 같았다. 사방이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고원분지. 하루를 순례로 시작하는 거리에서 만난 티베트인. 마치 라싸시내를 굽어 살피듯 산 위에 웅장하게 세워진 포탈라궁. 그리고 올라갔다가는 미끄러져 내릴 듯한 민둥산이 라싸를 에워싼 풍경, 그리고 그 위로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변화무쌍한 하늘까지. 라싸에서 처음 맞은 아침은 온통 설레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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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

그리고 감동이었다. 포탈라궁을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자리. 그곳에서 순례길을 따라 걷던 티베트인들이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포탈라궁을 향해 오체투지를 한다. 라싸에서 처음 목격한 오체투지였다. 이마, 양팔과 팔꿈치, 양발과 무릎을 땅에 닿게 절을 하는 모습. 진심과 정성을 다해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은 신성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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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뻔 했다. 정확하게 오체투지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나도 티베트인들을 따라 오체투지를 할 뻔했다. 정말 주책이다. 사진을 찍는 내가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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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 맞은편 인민광장에 휘날리는 오성기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의 건너편, 정확히 포탈라궁의 정면을 볼 수 있는 맞은편에는 라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 있다. 오성기가 휘날리는 휑한 인민광장. 그 앞으로는 오가는 사람도 드물었다. 오성기를 호위하는 중국인민해방군은 맞은편 포탈라궁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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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순례자와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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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으로 들어가는 정문

순례자들을 따라 포탈라궁 정문 앞까지 갔다가 발길을 되돌리기로 했다.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하지만, 또 무지 감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딴지여사가 아니던가. 라싸에서 맞은 첫날 아침부터 주체할 수 없는 이 벅찬 감동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너무 쉽게 감동하고 너무 빨리 실망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라싸에서 첫 방문지는 꼭 티베트인들의 성지인 조캉사원을 보고 싶었다. 포탈라궁이 티베트를 떠올릴 때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곳이지만, 종교적 향기가 짙은 티베트에서는 먼저 사원을 방문하고 싶었다. 포탈라궁은 말 그대로 궁전이었고, 나 같은 소시민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던 곳은 아니지 않은가? 또 티베트의 상징인 만큼, 포탈라궁은 티베트를 떠나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다. 아껴두고 싶은 마음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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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과 백궁, 홍궁이 조화로운 포탈라궁

어느새 날이 완전히 밝았다. 새파랗게 변한 하늘아래 포탈라궁은 이른 아침에 바라본 모습보다 더 성스럽게 느껴졌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내가 티베트에 온 이유는 충분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티베트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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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를 따라 포탈라궁을 한 바퀴 도는데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되돌아서 가려니 아쉽다. 그리고 MR.뚱이 순례길은 꼭 순례자들을 따라서 걸어야지, 반대방향으로 걷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정말 나와 같이 반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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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인들에게 종교는 일상이다

벅찬 감정을 진정시키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티베트인들에게 종교는 일상이었다. 자칫 억지스럽거나 오바스럽게 보일 수 있는 풍경이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받아들여 진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매일 밥을 먹고 배설을 하는 생리적 현상과 다를 게 없는 일상. 순례길을 따라 한 손으로는 마니차를 돌리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육자진언을 외다가도 신기한게 있으면 멈춰 섰다. 싸게 파는 물건이 보이자 너도나도 모여들어 순례길은 어느새 왁자지껄한 시장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티베트의 매력은 이런게 아닐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러나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이곳. 평지에서 늘 걷던 습관인 종종걸음을 늦출 수 있는 고원도시. 걸음을 늦추고 나니 자연스레 주변을 좀더 여유있게 바라보게 된다. 시선을 따라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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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딴지여사의 티베트 여행기의 9번째(총22개) 글입니다.

티베트에는 개가 참 많다. 라싸에는 주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새침하게 생긴 애완견이 제일 많고, 시가체와 간체에서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양치기개가 많다. 라싸에서 내가 묵었던 항공호텔 옆 가게에는 ‘1박 2일의 상근이’를 닮은 녀석이 있다. 털도 하얀색이고 몸집도 딱 상근이만하다. 녀석의 성격은 또 어찌나 유순한 지, 착한 표정으로 껌뻑이는 까만 눈이 아주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동네사람들도 이 녀석을 무척이나 귀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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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에서 자주 만난 녀석은 ‘1박 2일의 상근이’를 닮았다

나도 개를 무척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남들은 꿈 속에서 개가 나오면 안 좋다고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개와 함께 신나게 뛰어 노는 꿈을 꾸는 날에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처럼 기분이 좋다. 우리 친정집 식구들 역시, 나처럼 개를 좋아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시집을 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개를 키웠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찍은 대문짝만한 우리집 가족사진에는 한자리를 턱하니 차지한 견공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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