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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여행기를 마치며: 고마운 사람들

티베트 여행도, 여행기도 이제 끝이 났다. 2008년 12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 13일 간의 짧은 여행. 돌아오기 싫었을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2009년 백수가 되어 맞은 새해. 불량주부가 되어도 좋으니 여행기를 써달라는 MR.뚱의 권유로 시작한 티베트여행기였다. 갑자기 할일이 없어진 딴지여사가 우울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다. 1월 한 달 동안 여행에서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났다. 행복했다. 참으로 행복했다. 행복이라는 한 단어로 채워지지 않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수십 번 본 사진들. 그속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여행에서 내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한 건 멋진 자연경관도, 대단한 명승고적도 아니었다. 잠시 스치는 인연으로 만나 짧은 깨우침을 주기도 하고, 여행에 더 풍성한 감성과 즐거움을 더해줬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시대에 나와 같은 지구라는 한공간에 살며 24시간이라는 공통된 시간을 쓰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람’과 ‘이웃’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지난 티베트여행에서 내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한 사람들로 한 달간 작성한 여행기에 마침표를 찍으려한다. 여행기를 작성하면서 기억에 많이 남는 얼굴들을 따로 모아두었다. 포토샵으로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스냅사진으로 만들며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들이 있어 내 여행이 윤이났고 티베트가 정감가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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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 문이 닫혀 못 들어간 날, 궁 앞에서 만난 꼬마녀석.
‘어떻하지?’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

이 녀석도 포탈라궁에 못 들어가서 많이 아쉬웠는지, 애어른처럼 난감해하는 표정이 무척 귀여웠다.
아직 어려서인지 내가 낯설어서인지 중국어로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물어도 초지일관 한 표정이었다.

“너, 혹시 티베트어밖에 할 줄 몰랐던거야? 그렇담 아줌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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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궁에 못 들어간 날, 기차역에서 만난 회족 어린이.
엄마 심부름으로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란주행 기차표를 사러 왔단다.
손에는 란주행 ‘좌석표’가 2장 들려있었다.

“앉아서 가는 게 힘들지 않니?” 물었더니,
제법 어른스럽게 “하나도 안 힘들어요. 서서도 갈 수 있어요.”하던 늠름한 사내아이.

“포탈라궁 앞에 가는 버스 여기서 타는 거 맞아?” 다시 물었다.
어찌나 친절한지 같이 버스를 타서도 남자아이는 시내 곳곳을 해박한 가이드처럼 설명했다.
“여기는 여름궁전, 노블링카고요. 여기는 버스역이고요. 저기 건너편은 박물관이예요. 그런데 아줌마 포탈라궁은 가봤어요?”

.
“아니,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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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포탈라궁에서 만난 티베트여인과 아이.
원래는 콧물을 닦아주고 싶었는데 주머니 속에 휴지가 없었다.
휴지 대신 사진기를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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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업힌 아이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까 너무 좋아하던 아이엄마.
“아줌마도 한 장 찍어도 되요?” 물었더니 베시시 웃기만 했다.
젊은 티베트 여인은 중국말을 몰랐다.
본인의 사진을 보고 아이사진보다 더 좋아하했다.
함박웃음이 아름다웠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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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따라 포탈라궁 계단을 아주 씩씩하게 오르던 아이.
코에 검은 가루는 귀신이 아이를 잡아가지 못하게 위장을 하는 거란다.
질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많아서 티베트에서 내려오는 미속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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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르에서 만난 아이.
이것저것 신가한 눈으로 쳐다보며 사진 찍기에 여념없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표정.

“바코르 풍경보다 아줌마가 더 신기해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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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라코라를 한 바퀴 돌던 날.
앞에서 걸어오는 아줌마 사진을 허락없이 찍었다.

성큼성큼 다가와서 ‘보시’를 요구했다.
주머니에서 1마오를 꺼내 건넸다가 혼꾸녕이 났다.
“1마오를 어따 쓰라고! 어서 1원 내놔~!
너무나 당당한 아줌마 앞에 나는 활짝 웃음으로 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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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에서 북경으로 돌아오는 칭짱열차에서.
6인 1실을 탔다. 방학이라 어린이들이 많았다.
아이들 덕분에 47시간의 열차 여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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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대장 뿡뿡이’ 카라멜을 줬더니 이렇게 예쁜 표정을 지어보인다.
처음에는 새초롬하게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안하더니,
카라멜 한 통에 재잘재잘 말도 잘하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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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칸 62명의 승객 중 나는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이라고 말한적이 없는데, 기차안 사람들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전부 알고 있다.
내가 읽던 책을 보고 알았나보다.

이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놀면서 “저기 한국 아줌마한테 가봐”해도 나를 쳐다도 안보던 아이.
아이에게 ‘천하장사 소세지’를 주었다.
손에 쥐어주면 다시 내자리에 갔다놓기를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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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아이가 활짝 웃음으로 내 옆을 떠나지 않았다.
사진이 찍고 싶었던 거다.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니까 그제서야 웃었다.
너무 좋아해서 10번이 넘게 찍어서 보여줬다.

그렇게 받지않던 천하장사 소세지대신, 방귀대장 뿡뿡이 카라멜을 줬다.
사진찍을 때보다 더 좋아하던 아이.
“방귀대장 뿡뿡이 카라멜이 먹고 싶었던 거야?”

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사람들.
그저 ‘고마웠습니다.’ 짧은 한 마디로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정말 힘껏 한 번씩 안아주고 싶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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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김연씨.

김연씨를 바라보면 내가 엄마의 마음이 된다.
‘이 아까운 사람, 누가 데리고 갈까. 참말로 복터졌네.”
지혜로운 부인이, 현명한 엄마가 될 사람이다.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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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지역 총게의 장왕묘에서 왼쪽부터 최진수씨, 스님, 박용걸씨.

어린아이처럼 야양 부리며 입장권 가격을 흥정하다가 친해졌다.
스님이 절대 비밀이라고 했는데, 여기 얼굴 공개하면 안되는 건가?
‘스님, 용서하세요!’

차분한 최진수씨와 티베트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준 박용걸씨.
정말로 고마웠어요. 제가 또 라싸에 가면 야시장에 양꼬치 먹으러 가요. 그때는 딱 한 잔만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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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좋아하고 여자와 내외하던 스님.

산남지역에서 가장 단촐한 방문지였지만, 스님 덕분에 참 재미있었어요.
성수기에 가면, 그때는 요금 안 깎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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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동생

나를 위해 사천 사투리 대신 어려운(?) 보통어를 구사해준 운전기사.
보통어로 얘기하면 빨리 얘기해도 괜찮다고 해도 늘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천천히 말했다.

라싸에서 마지막밤은 아저씨가 한 턱 거나하게 냈다.
샤브샤브에서 가라오케까지.

정말 고마웠어요. 에베레스트에서 당신이 있어 참 든든했어요.
나중에 갈때는 노래연습 많이 해서 갈게요. 더불어 춤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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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천진에서 인연, 또 한 명의 친동생 인식이

‘친한’이라는 수식어에서 ‘한’을 빼버리고 싶은 동생이다.
천진에서 어학연수를 할때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2년 천진대학교어학연수 전설의 D반, 창원오빠, 혜진언니, 은지, 미승이, 그리고 따토우꺼꺼와 정민언니까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순수한 사람들. 지금까지 만나고 연락하는 우리들.
앞으로도 쭉~ 평생갈거지?

지금 북경에서 박사코스를 밟고 있는 인식이랑 때마침 티베트에서 연락이 됐다.
“인식아, 31일 12시 왕푸징 동래순 앞에서 만나!”

석사와 박사를 북경에서 하면서 동래순은 처음이랬다. 나역시 동래순은 처음이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수다를 떠느라 사진 찍는 것도 잊었다.
거의다 먹고난 후에야 생각이 나서 찍은 사진 3장 중 1장이다.

인식아 참 반가웠어. 국비유학생으로 박사까지 하고 있는 네가 참 자랑스럽다.
그리고 “누나, 여행기는 꼭 누나 말투로 써줘. 난 누나가 말하는 거 상상하면서 읽으면 너무 재미나.”
그 말, 참 힘이 됐다. 덕분에 끝까지 마칠 수 있었어. 고마워!
그리고 한국에 나오면 연락하는 거 잊지마~ 대림동 양꼬치집,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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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MR.뚱

사람이란 사과와 같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의 반려이며
생활을 통하여 동화,형성되어 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면밀한 선택으로부터 좀 대범해져도 좋을 것이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대학생때 내가 남편을 고른다면, 꼭 신영복 선생님의 말처럼 선택하고 싶었어.
지금 당신이 가진 것보다 좀더 먼 앞날을 내다보고 말이야.

여보,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야.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도, 한 회사의 사장으로서도 참 본받고 싶은 멋진 사람이었어.
여보랑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참 행복하고
여보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늘 바다처럼 깊고 넓으며 엄마품처럼 따스해.
진부한 표현이었지만, 진심이야.

그리고 함께 회사에 있는 동안, 날 부끄러운 여행사직원이 되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본인 부모님을 보내드려도 이 코스로 보낼거예요?”
다른 회사에 다녔을 때, 저 질문을 받으면 잠시 말문이 막히곤 했어.
우리 부모님을 북경여행 가면서 천진으로 경유시키고, 쇼핑센타 5~6군데씩 보내고 싶지 않으니까.

여보가 계획한 상품들.
그 상품들 팔면서 정말 신이 났어. 하나같이 정말 내가 다시 가고 싶은 여행코스였으니까.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최고의 상품들이었으니까.

여보의 그런 마음. 늘 변치 않도록 내가 옆에서 힘이 되어 줄게.

그리고 참, 여보!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 후회없이 사랑하라.
사랑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입보리행론] 중에서

자꾸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건 잘난척하려는 게 아니야.
내가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으니까, 이해해 줘.

다음 세상에서도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말,
그보다 입보리행론처럼 우리 ‘지금’ 더 사랑하며 살자.

여보, 사랑해. 그리고 나 티베트에 보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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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는 딴지여사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떠난 티베트여행.
참 즐거웠다.

여행은 나를 좀더 온전한 인간으로 숙성시키는 힘이 있다.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일들, 상황을 수용하고 타인을 이해하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을 조끔씩 깨우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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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 티베트 여행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긴 글이었습니다. 글 제주가 없는 사람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습니다.
달아주신 덧글들이 많은 힘이 됐습니다.
마지막 티베트여행기를 작성하면서 ‘송알송알’님과
‘하늘소’님께 특히 감사드립니다.
가장 열심히 읽어주신 것 같아요. *^^*
여행기도 끝났는데 이제 무엇을 낙으로 삼아야 할까?
2월부터는 지난 실크로드여행 보따리를 풀어놓을 예정입니다.
13일짜리 여행을 한 달 동안 울궈먹었으니,
2달 넘게 한 실크로드여행은 1년동안 울궈먹는 게 아닌가..
긴 호흡으로 진실되게 작성해보리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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