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싸 바코르 주변 카페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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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시내를 한나절 두리번 거렸어도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라싸의 유명 카페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카페를 돌아보는 건 MR.뚱이 내준 과제이기도 했다. 시간이 있으면 책에 나온 유명한 카페에 가서 맛을 보고 평가해달라나? 내 평가의 기준이 애매모호, 지극히 주관적일 텐데 무엇에 쓰려는 걸까?

아무래도 카페의 음식들을 맛보려면 혼자서는 심심할 것 같아서 김연씨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을 조금만 먹어두는 건데. 김연씨와 나는 배가 볼록 나오도록 포식을 한 상태였다. 카페가 밀집한 바코르광장까지 가려면 족히 20~30분은 걸어야하니, 그 사이에 우리가 먹은 음식이 모두 소화되길 바랬다.

미리미리 한 곳씩 둘러보았다면 숙제가 아닐텐데 먹는게 과제가 되어버리다니. 이럴때는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조캉사원과 바코르를 자주 왔다갔다 했으면서도 서양인들 위주로 돌아가는 카페대신, 식사는 꼭 포탈라궁 주변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먹었다. 중국 음식이 입맛에도 잘 맛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야크호텔 옆 둔야(DUNYA)카페다. 한국에서 발간한 책과 중국에서 발간한 책 모두에서 극찬하는 레스토랑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철비수기라 주방장이 고향으로 돌아갔단다. 주방장 고향이 어디인지 물었더니, 네덜란드란다. 딱 여름철 2~3개월만 티베트에 와서 주방장을 한다나?

그래도 위치가 좋은 덕분인지, 조캉사원으로 가는 길에 이 레스토랑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사람들이 북쩍였다. 서양음식을 잘 하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주방장이 없으니 조리가 가능한 음식도 간단한 몇 가지뿐이다. 우리는 뚝바 한그릇과 요거트를 한 그릇씩 주문했다. 뚝바는 한국식 칼국수 맛이 났고 요거트는 조금 밍밍했다. 뚝바 국물은 야크고기를 우린 것이라 냄새가 좀 날줄 알았는데, 다행히 고기누린내가 나지 않았다. 국물이 담백한 맛은 있지만 그렇게 입맛에 맛는 음식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둔야레스토랑은 네덜란드 주방장이 근무하는 여름철에만 가야겠다. 겨울철에는 정말 비추천이다.

카페명: DUNYA
맛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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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야레스토랑을 나와서 라모체사원방향으로 왼편에 작은 골목이 있다. 길에서도 잘 보이는 골목 안쪽에 아담한 카페가 하나 있다. 중국 100배 즐기기 책에 ‘별외(別外)’로 잘못 소개된 카페의 정확한 이름은 ‘별처(別處)’이다. 겉에서 보기에 무척 작아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꽤 넓었다. 참 묘한 매력이 있는 카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는 조금 뻘줌한 기분이 들었는데, 앉아있다보니 한없이 늘어지고 싶은 카페분위기가 참 좋았다.

내가 시킨 수유차의 맛도 좋았고, 김연씨가 시킨 모카커피의 맛도 훌륭했다. 틀어놓은 음악도 올드팝송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가게의 고양이는 낯가림도 없다. 자연스럽게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앉는 폼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카페에는 DVD판이 무척 많았는데, 아예 누워서 DVD를 시청할 수 있는 방도 마련되어 있다.

카페명: 별처(別處, Another Place)
맛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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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에서 나와 바코르광장으로 향했다. 이미 배는 포화상태였다. 더 먹을 수 있겠냐는 내 질문에 김연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김연씨는 MR.뚱이 레스토랑마다 음식을 맛보랬다고 조금씩이라도 다 맛을 보겠단다.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4편’ 티베트편에도 언급된 카페, TASHI1가 보였다. 지난번에 혼자 바코르에 왔다가 궁금해서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던 카페다. 책에는 은근 멋지게 소개되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손님도 없고 , 카페가 아니라 누추한 가정집 같아서 돌아나왔었다. 이번에는 김연씨와 함께이니 한비야 언니가 칭찬했던 치즈케잌을 맛봐야지 했다.

치즈케잌 한 조각, 오렌지쥬스 한 잔,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오렌지쥬스는 물에 가루분말을 풀어서 대충 휘휘저어 나온 불량식품 맛이 났다. 설탕과 프림까지 직접 타서 나온 커피에서는 어째 수유차 맛이 났다. 아무래도 프림대신 야크젖을 넣었나 보다. 그래도 치즈케잌 맛은 그중 제일 낫다. 그래도 맛있는 맛은 절대 아니다.

이집 개는 조그만한 녀석이 어찌나 사나운 지, 만지지도 않았는데 자꾸 와서 ‘왈왈’짖어댄다. 주인아저씨는 어디서 가져왔는 지 손질도 안해서 털이 그대로 남아있는 야크머리를 들고 들어왔다. 더이상 머무를 수 없는 분위기. 어쩐지 손님이 한 명도 없더라니.

카페명: TAISHI1
맛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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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먹으면 바로 입으로 올라올 것 같았다. 그래도 바코르에서 가장 맛있고 저렴하기로 소문난 Snowland Restaurant을 안 가볼 수는 없지. 우리는 중국판 여행책자에서 맛있다고 소개한 피자와 감자고로케 튀김을 주문했다. 그리고 레몬차와 코코아도 한 잔씩 주문했다. 배가 부르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주문할 때는 꼭 구색을 맞춘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시각인데도 레스토랑 안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지금까지 본 식당 중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식당이었다. 차도 맛있고 고로케도 맛있었다. 피자는 세월아 내월아 주문한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내는 피자에서 야크버터냄새가 확 풍겼다. 피자를 좋아하는 김연씨가 티베트에서는 피자를 못 먹겠단다. 피자치즈도 야크젖으로 만드는지, 우선 냄새가 역해서 손이 안 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피자맛은 일품이었다. 비록 야크치즈 냄새가 조금 고약하기는 하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크기도 적당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바코르 주변 식당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곳이다.

카페명: 스노우 레스토랑(Snowland Restaurant, 雪城餐廳)
맛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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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씨가 두 손을 들었다. 나도 더이상은 못 먹겠다. 우리는 바코르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먹거리 순례를 시작하기로 했다.

바코르에서 역사와 유서 깊기로 소문난 ‘마지아미’가 보였다. ‘아, 오체투지만 고달픈게 아니로구나. 내게는 라싸의 카페거리가 순례길이다. 카페에서 먹거리로 오체투지를 대신한다.’ 티베트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배부르니까 헛소리를 다한다고 하겠지만, 이날의 나는 순례자였다. 라싸에 오는 배낭여행객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내 한몸 희생하고 내 돈을 카페에 음식값으로 보시를 했으니 말이다.

마지아미에서 김연씨는 정말 죽어도 더이상은 못 먹겠단다. 우리는 사과쥬스를 딱 한 잔만 시켜놓고 앉았다. 사과쥬스 한 잔에 18원(3,600원). 지나치게 과한 요금아니냐고 궁시렁거렸다. 바코르가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 그래도 이만한 장소가 없지, 싶다. 그래서 요금도 무지하게 비싸게 받나보다.

카페명: 마지아미(瑪吉阿米, MAKYE AME)
맛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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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더이상은 못 먹겠다. 김연씨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티베트에서 가장 피자가 맛있는 곳’에서 피자를 사준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저녁은 못 먹겠다. 이 배가 소화를 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는 과식을 한 상태였다. 중국판 책에도 티베트의 가정식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별을 5개나 줬다. 책에는 특히 양갈비 바베큐가 맛있다고 써 있으니, 라싸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맛보시길. 식당 이름은 ‘GANGLAMED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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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Potala Hot Pot이라는 식당이다. ‘GANGLAMEDO’ 식당과는 서로 이웃사촌이다. 이곳은 특히 티베트식 샤브샤브가 유명하단다. 식당 안을 살짝 드려다보았더니 장식이 아주 의리의리하다. 책에 1인당 평균 음식값이 80위안이라고 적힌 걸 보니, 꽤나 고급식당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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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바코르광장 앞에 있는 식당이다. 이름은 GANGKI RESTAURANT. 이 식당의 3층으로 올라가면 노천카페처럼 되어 있다. 이곳은 조캉사원의 정면과 바코르광장 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책의 소개에 따르면, 바나나 팬케잌 한 조각과 달콤한 차 한 잔을 시켜놓고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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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저녁은 못 먹을 줄 알았다. 아니, 먹으면 나는 사람도 아닐거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난 사람도 아닌가 보다. 저녁을 또 환장한 사람처럼 먹어댔다.

‘훠궈(샤브샤브) 대마왕’. 지난번 운남성 출장때 현지여행사 직원이 지어준 별명이다. 7박 9일을 함께 다니면서 샤브샤브만 7번을 먹었다. 양고기, 닭고기, 새우, 버섯, 소고기. 종류도 골고루 선택해서 먹었더랬다.

온종일 느끼한 음식과 차로 내몸을 고문했으니, 저녁만큼은 뜨끈한 국물과 게운한 뒷맛을 즐겨야지 했다. 주저없이 샤브샤브집으로 향했다. 라싸에서 유일하게 2번 갔던 음식점이다.

식당명: 콩량훠궈(孔亮火鍋)
맛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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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코르의 카페거리의 음식들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데 오늘 저녁은 샤브샤브가 먹고 싶다. 설날 연휴 느끼한 음식으로 포식을 했더니, 얼큰한 샤브샤브가 먹고 싶다.

MR. 뚱~! 나 숙제도 열심히 끝냈는데 언제 샤브샤브 사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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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뭔가 먹을 때 잔소리만 하지 않으면 절대로 화내지 않는 팡팡한 풍채의 중국 오지 여행 전문가. 저서로는 《70일간의 실크로드》가 있고, 2010년에는 EBS 〈세계테마기행〉의 ‘신비의 땅, 중국 광시’편에도 출연한 바 있다.현재 중국과 관련한 방송코디로도 활동중이다 @pang_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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