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를 낼름 건너띈 Sean 입니다. 귀차니즘+생각없음+메롱한 건강상태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멍때리는 1주일을 보냈습니다.
단 1명만 읽어도 꾸준히 글을 쓴다는 야무진 신념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낸지 오래인지라 제가 자주 건너띄면 레드팡닷컴 게시판에 항의하도록 하세요. 말귀는 알아먹는 고등동물입니다.;;
1명의 관객만 있어도 열정을 다해 연주한다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씨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쿨럭…
오늘은 기획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금 말해볼까 합니다. 분야별 기획자에 대해 세세히 언급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획자라면 이 정도는 해봐야지 이름이 안아깝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만 조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여 나름 기획자라고 자칭(?)하고 싶은 제 경험도 간간히 섞어보죠.
1. 시다바리
왠 싸구려 단어냐~하고 시작부터 싼티에 몸부림 치시는 분들이 있을 듯 합니다. 저는 기획자의 기본은 시다바리를 얼마나 많이 또 충실히 해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다바리 생활을 보람차게 영위하지 않는 사람은 기획자로 커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제일 마음이 편한 시기이기도 하죠. 이 때는 기획이고 머고 닥치는대로 열심히 하는게 보통입니다. 그러다보면 최소한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큰 불편함이 없어지는 자신을 느끼게 되죠. 좀 센스있는 사람은 디자인 감각까지 기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보기 좋은 형태로 제공하는것이 자신의 능력이 평가되는 첫번째 척도가 되어주기 때문이죠.
좀 더 원초적인 단계로 돌아가서 보통 정보수집을 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그 외 문서수발, 선배 뒤치닥거리, 타부서 잔심부름까지 사람 열받게 하는 일들도 당연히 있죠. 저는 처음 일을 할때 아침마다 신문을 3~4개 뒤적거리면서 형광펜으로 관련 기사를 체크하고 오려 붙이고, 문서로 다시 만들고 하는 일을 3개월정도 한것 같습니다. 맘좋은 상사는 그 정보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려주기도 하죠.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과정에서 항상 생각을 하고, 내가 하는 일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며, 어떤 업무와 연결되는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자신이 다른 신입 직원에게 내리게 될 오더이기도 하구요. 요즘에는 별로 안좋은 방식처럼 언급되곤 하는 도제방식과 흡사한 면이 있습니다. 심하게 친절한 상사가 아닌 이상 일의 의미를 알려주지는 않거든요. 알아서 하는겁니다…알아서…
(내가 니 쉬~다바리………………………..다?)
두어달 정도 헤매다 보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신문기사는 어떻게 보고 정리해야 하는지, 문서는 어떻게 해줘야 윗사람이 빵~끗 웃어주는지, 내가 끼어들어서 몇마디 할 타이밍이 언제인지… 사람은 지적 생명체입니다.
이렇게 익숙해지고 나름의 효율을 만들어나갈 시기즈음이면 왠지 모를 여유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괜히 다른 일도 기웃거리게 되고, 뭔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꿈틀꿈틀 합니다. 이때 오도방정 까불면 안됩니다. 일 왕창 받고 까이는 수가 생기기도 하기때문입니다.
승천을 기다리는 이무기처럼 눈빛반짝이며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서류도 검토해보고, 기획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면밀히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시다바리 생활을 알차게 보낸 병아리 기획자들은 슬슬 자신의 기획을 기획서라는 곳에 조금씩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시작합니다.
2. 걸음마
시다바리 생활을 거쳐 소위 ‘프로젝트’라는 것에 팀원으로 투입되기 시작합니다. 말이 팀원이지 크게 달라진 일은 없는듯합니다. 다만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에 참석하고 어떤 프로젝트인지 같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자리’가 주어집니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모두들 정수리에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이야기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말 한마디 못해보고 받아쓰기만 열심히 하다 나옵니다.분명히 같이 있었는데 내가 할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팀장이 불러서 할 일을 이야기 해줄때야 비로서 아~!하곤 합니다. 지나서 얘기지만 저도 회의에서 물만 마시다가 나온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일을 받아서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내가 한 부분은 회의때 별로 얘기도 없습니다. 서운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자신은 여태까지 해온 것을 토대로 정말 열심히 했는데 누구도 00씨, 잘했어~라는 소리 안합니다. 왜냐하면 걸음마 단계에서 맡을 수 있는 업무는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에 크게 상관없는 부분들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신선한 머리에서 나오는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수용될 때도 있습니다. 기분 째지게 좋은 흔치않은 경우이긴 하지요.
보통 시장조사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걸 자료로 만드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대개 프로젝트 핵심 멤버들은 문서로 만들지 않았을 뿐, 각종 루트들을 통해 자료를 이미 다 보고 머리속에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단계에서의 포인트는 내가 하는 일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섞여 나오느냐 입니다. 평가에 민감하기 보다 프로젝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중에서 자기의 역할에 대해 인지하고 그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기획자로서 걸음마를 떼고 스스로 걷고 뛰기 위한 준비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 단계에서나 중요한 것이 좋은 기획자로 커갈 수 있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상사를 만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임무와 프로젝트의 이해가 되어갈 때쯤이면, 회의에서 몇마디씩 벙끗벙끗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팀장이 가끔 지긋이 바라봐주기도 합니다. “이놈 봐라~?”하는 눈빛으로. 살짝 업되어가는 자신을 느끼겠지만, 역시나 까불면 안됩니다. 까입니다..;”
자신이 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따라 도출된 의견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때부터 나름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조심스레 쓰면서 팀내에서도 영역을 인정받게 됩니다.
기획자의 진화과정 중 초기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다음 연재때 이어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