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서 갑니다. 부지런하고 똘똘한 인간이 기획형에 적합하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는데, 머리 굴리는 얘기는 언급했습니다. 이번엔 ‘기획형 인간’이라는 종족의 행동유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데스크형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기획형 인간’의 이미지입니다. 뭔가 엄청 고민하고, 주위에 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며 다른 사람 다 퇴근할 때도 서류와 PC 사이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한때 유행했던 혈액형으로 성격 구분하는 기준에 따르면 A형 인간이 바로 떠오르겠네요. 이런 유형들은 자신이 모든 일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몇날 며칠을 토끼눈으로 보내면서 구상한 자신의 기획이 완벽하며, 실행 단계에 있어 기획한 바에 따라 시간, 사람, 투자 등 여러 요소가 이루어져야 성공적으로 일이 마무리 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자신도 6:4 정도로 이쪽 유형입니다.


데스크형의 인간은 우선 머리가 좋은 편입니다. 잔머리보다는 파고들어가는 쪽으로. 하나의 실마리를 잡으면 끝까지 물고 들어가 그에 수반되는 정보들과 진의를 알려고 애쓰지요. 또 그 과정에서 간접경험 등을 통해 얻은 많은 정보를 활용할 방안을 그려놓습니다. 이제 이 사람 책상에는 옆에 사람 얼굴이 안보일 정도의 서류더미와 PC 바탕화면에 폴더들이 무럭무럭 새끼를 쳐놓았습니다. 폴더 이름도 비둘기, 참새, 독수리…머 이런 컴퓨터가 추천해주는건 안씁니다. 분류별로 항목을 정하고, 때론 영어로 그럴듯하게 이름을 기록해 둡니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어떻게 요리해줄까 군침을 질질 흘립니다.
우선 우리의 자랑스런 오피스 삼형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계치가 그려져 있으면 그래프 돌릴 생각에 아밀라아제가 다량 방출 됩니다. 하악~ 그리고 눈빠지게 찾아놓은 그림, 사진, 이미지들..이 녀석들을 요리하기 위해 짬짬이 배워둔 뽀샵과 일러(스트)를 두근거리며 PC에 깝니다. 겉에서 보면 오타쿠에 준하는 포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준비완료~!

이제 머리에 있는 걸 어떻게 하면 순서에 맞게, 다른 사람이 뭉클 감동을 받게 표현할까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큰 1번 부터 동그라미 1번까지 차례를 적어봅니다. 그래…좋아…그렇지…으흠…오홋~…이제 이번 기획의 뼈대가 잡혔습니다. 순서를 쭈욱 훑어보며, 앞으로 붙여줄 살에 대해 이미 머리에서 계산이 진행중입니다.
Ctrl+S!
데스크형 인간에게 기획서는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습니다. 기획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신이 가상체험 형태로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지요.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신은 미션에 들어가는 겁니다. 현재 보유 아이템, 무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어디가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미션이 컴플릿~하는 순간 그의 손엔 파일케이스에 예쁘게 담겨 있는 기획서가 번쩍번쩍 하고 있겠네요.
이런 유형의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현장감이 약하고, 실행단계에서 본인이 보유한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사회생활에서 얘기하는 ‘유도리’ 즉 유연성이 살짝 부족한 것이죠. 물론 기획이 끝나면 활동파로 180도 변신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슈퍼맨, 나쁘게 말하면 지킬박사와 하이드 입니다.
데스크형이 기획자로 있으면, 우선 함께 일하는 사람은 몸이 편하게 느껴집니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고, 돌발적인 상황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습 야근도… 다만, 기획에 어긋나는 진행이 이루어지면 짜증과 함께 분노 섞인 기획자의 절규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성격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 유형은 한번 스타트가 이뤄지면 자신의 기획을 크게 수정하거나 타협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 내의 충고나 조언은 즐겁게 받아들이나 성형외과 범위가 아닌 정형외과적 범위를 침범한다면 얼굴 붉힐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데스크형은 일반적으로 성격이 온화한 편이나 어떤 일의 중추라고 생각하는 면에서는 의외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타당한 근거나 바탕 자료가 전혀 없는 자기 테스트 입니다.(무책임~)
5개 이상 해당되면, 이번 글에 공감하실 확률이 높을지도 모릅니다.(다시 무책임~)
- 다이어리에 시간별로 할 일들을 정리해 놓는다.
- 시간표에 따라 사는게 좋다.
- 여행갈 때 일별, 지출별 계획을 세워놓고 움직인다.
- 문서고 집이고 각진 것(사각형)이 좋다. 또는 몬드리안이 짱이다.
- 남이 해놓은 것은 항상 부족해 보인다.
- 손편지보다 이메일이 좋다.
- 이미 했던 일을 반복하는게 죽기보다 싫다.
- 새디즘이 있는 나를 문득문득 발견한다.
- 난 내 몸뚱이 중 머리 외에 손가락이 제일 소중하다.
- 아직 술마시고 길거리에서 아침을 맞아본적은 없다.
다른 유형인
<현장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